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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릉 성역화의 당위성과 과제
강병찬 본지 취재국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2년 01월 27일(목) 14:29
ⓒ 경북연합일보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해안에 있는 문무대왕릉은 서기 681년 조성된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해중왕릉(海中王陵)이다.
1967년 7월 24일 대한민국 사적 제158호로 지정됐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스스로 용이 되어 침입해 들어오는 왜구를 막겠다며, 자신의 시신을 불교식으로 화장해 유골을 동해에 묻어 달라한 유언에 따라서 장사한 곳이다.
이 바위를 ‘대왕암’이라 일컫는다.
해중왕릉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이곳을 조성한 제31대 신문왕은 부왕의 은혜에 감읍한다는 의미로 인근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었다.
그는 감은사에 수로를 만들어 바다로 물이 통하게 했다. 수로를 통해 용이 감은사로 출입하게 하기 위함이다. 감은사지에 남아 있는 동·서 삼층석탑이 국보 제112호로 지정돼 있다.
그리고 봉길리 해안 북편 언덕배기에는 이견대(利見臺, 사적 제129호)가 있다.
이견대는 신문왕이 부왕의 능을 알현하는 장소다.
그곳에서는 대왕암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문무대왕릉과 관련 유적들은 이처럼 실체가 완벽하게 현존한다. 문헌상으로는 삼국사기에 문무대왕의 일대기와 더불어 유적과 유물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681년 가을 7월 1일에 왕이 죽자 시호(諡號)를 ‘문무(文武)’라 하고, 신하들이 왕의 유언대로 동해 어구의 큰 돌 위에 장사 지냈다. 세속에 전해오기로는 왕이 용으로 변했다 하니, 이로 인해 그 돌을 가리켜 대왕석이라고 하였다.”라고 적혀있다.
문무대왕의 유훈을 새긴 ‘유조비(遺詔碑)’는 그 일부가 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데, 완전한 탁본이 남아 있다.
경주시는 비 일부와 탁본을 근거로 유조비를 재현해 이견대 위쪽 대본초등학교 교정에 세웠다.
경주시는 2021년 5월 5일 그곳에서 유조비를 제막하면서 ‘양북면’을 ‘문무대왕면’으로 개명해 선포했다.
경주시는 애초 유조비를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리 해안에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끝내 ‘현상변경(現象變更)’을 불허했다.
문화재청이 경주시의 현상변경 요청을 불허한 데는 ‘역사유적의 원형 보존’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문화재청의 의도대로 문무대왕릉 주변이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가를 되묻게 된다. 안타깝게도 문무대왕릉 주변은 폐허나 마찬가지다. 대종천을 건너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간신히 봉길리 해안을 찾아가면, 터무니없이 좁은 해변 주차장에서는 차 댈 데를 찾느라 현기증이 나온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난립해 있는 식당들은 낡고 초라해 보인다.
차에서 내려 해변으로 나서면, 상상했던 동해안 왕릉 가의 멋진 둘레길은 보이지 않는다.
둘레길은커녕 해변에는 굿을 하는 천막과 그 속에서 동물들의 머리를 상에 놓아두고 푸닥거리를 하는 광경이 죽 이어진다. 이러한 불법 굿당들은 경주시가 단속하면 치우고, 단속이 끝나면 다시 세우는 술래잡기를 반복한다.
봉길리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혐오스러운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시야를 바다 쪽으로 둔다. 하지만 밤새 이어지는 쾨쾨한 냄새와 쿵덕거리는 소음은 피할 길이 없다.
심지어 이른 새벽 동해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러 해변에 나가보면 굿거리에 사용된 동물 머리와 음식쓰레기가 군데군데 나뒹굴고 있어 짜증이 폭발한다.
이런 곳을 두고 ‘국가 지정 사적’이자 ‘호국의 성지’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문화재 보호구역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일까? “맞다.”라고 동의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문화재 보존’을 내세운 문화재청의 규제가 되레 문화재와 그 주변을 폐허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일부 문화인들은 “문화재청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문화재 보존’ 관련 법규를 신주 같이 모셔놓고, 시민들의 건전한 제안을 일일이 묵살하고, 자신들만 문화재를 수호하는 적임자라 강변하며, 자리 보전에 몰두하고 있다.”라는 날 선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문무대왕릉 일원을 제대로 성역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문화재 구역을 감싸고 있는 국립공원 대본지구를 과감히 축소해 조성공간을 확보하고, 둘째, 폭넓은 주차장과 산뜻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셋째,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과 둘레길을 반드시 만들고, 넷째, 방폐장과 월성원전으로 인해 봉길리 해안에서 끊겨버린 ‘해파랑길’을 다시 연결해야 완벽해진다.
예로부터 뜻있는 국민은 문무대왕릉을 대한민국의 정기가 서린 성지로 여겨왔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넘나드는 해중릉에 잠든 문무대왕. 그는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외세를 이 땅에서 끝내 몰아내는 지극한 역경을 이겨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통일국가의 조직과 법령을 올곧게 세움으로써 모든 군왕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문(文)’과 ‘무(武)’의 시호를 동시에 받았다.
우리는 이제라도 문무대왕릉을 신성한 장소답게 제대로 가꾸어야 한다.
나아가 ‘통일과 자주’로 요약되는 문무대왕의 대업을 계승해야 한다. 문무대왕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초일류 문명국가’로 만들어 가야 할 과제가 우리의 어깨에 짊어져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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