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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damage) 상처입은 사람들은 위험하다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2월 29일(수) 19:06
ⓒ 경북연합일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드라마나 영화는 쉽게 접하면서도 책 한권 읽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기 이전에 원작 소설을 읽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화제작 영화들이 그러하듯 영화 ‘데미지’ 또한 두 번 이상 영화를 본 다음 어렵사리 조세핀 하트의 원작 소설을 구해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 여류작가로 오십 나이에 이 작품을 썼다.
원작보다는 나은 영화는 없다고는 하지만 루이 말 감독의 영화 ‘데미지’는 원작보다 영화가 낫다는 생각이 드는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아들의 여자 친구, 또는 남자 친구의 아버지와의 부적절한 관계 설정으로 세간의 화제작이 되었던 영화 ‘데미지’는 웬만큼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보았을 것이다.
불륜 전문역 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열연한 이 영화는 두고두고 말이 많았다.
1992년 제작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거의 20년이 뒤인 2012년에 개봉이 되었는데 내용이 비도덕적, 반윤리적, 반사회적이라는 이유였다.
원작 소설의 뒷표지에서 조차 영화를 인용할 만큼 원작이 오히려 영화에 등 기대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소설보다는 영화가 유명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용은 거의 같다.
영화와 달리 소설은 주인공 스티븐이 사건을 이야기해 나가는 형식의 1인칭 소설이다.
솔직히 소설에서는 부적절한 관계 설정 말고는 딱히 성적 묘사가 뛰어나거나 야한 표현이 별로 없다.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감각적이고 에로틱한 표현으로 성공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나 연극을 염두에 두고 쓴 듯한 느낌도 살짝 들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장에서 아들의 여자 친구 안나 바튼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아니, 소설적 표현으로는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표정이 맞을 것이다.
의사이자 국회의원 잘나가는 정치가로서 갖출 것 다 갖춘 완벽남 그 자체였다.
그의 부인 또한 명망가 집안의 여자로 지성과 미모를 갖춘 부러울 것이 없는 여인이었다.
아들 마틴과 딸 샐리 또한 어디에 내세워도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성공한 남자, 완벽한 남자의 단조롭고 허한 뒷공간으로 들이닥친 그녀의 유혹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해일이었다.
서로를 알아본 둘은 주저할 것도 없이 바로 육체적 욕망을 추구한다.
아들의 연인, 연인의 아버지로 생각하는 것은 부차적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로를 탐할 뿐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여인과 아버지와의 충격적인 정사를 목격한 아들 마틴은 뒷걸음치다가 난간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만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아들을 부둥켜안고 있는 중년 남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죽은 남자의 약혼녀이자 중년 남자와 옷을 벗었던 여자는 냉정하게 옷을 입고 그 현장을 떠나버리고 만다.
여자는 남자의 집으로 와서 사실을 이야기하고 간다.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는 차라리 당신이 죽어야지 왜 죄 없는 아들이 죽어야 하냐고 아들을 살려내라며 절규한다.
자기 얼굴을 자해하고 자학을 한다.
결국, 모든 것을 가진 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아들을 잃고 가족을 잃고 권위와 명예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하지만, 안나 바튼 그녀만은 아무렇지 않다.
자기와 무관한 일인 듯 행동한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위험하다. 그들은 이기고 살아남는 법을 안다’ 데미지를 관통하는 말이다.
안나 바튼 그녀는 이미 어릴 적 죽은 오빠와의 성적 관계를 통해 이미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중년 남자인 스티븐의 기준에서 보면 욕망의 관점으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지만 안나 바튼의 기준에서 보면 딱히 사랑도 아니고 욕망도 아닌 것 같다.
도대체 무얼까?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
한 남자와 한 가정을 파탄에 빠뜨리게 한 나쁜 여자, 못된 여자일까?
의아심의 한가운데에 그녀가 있다.
미국 어느 신문사의 언급처럼 인간 심연에 내재하고 있는 어둠을 다룬 걸작일까?
아니면 파국으로 끝난 막장 드라마일까?
어쨌거나 해서는 아니 될 사랑에 대한 참혹한 결말은 알려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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