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연합일보 | | 본지는 기획 특집 시리즈 경주인을 찾아서 네 번째 인물로 경주시 안강읍 출신의 정종섭(64) 한국국학진흥원장(전 서울대 법대 학장, 행정자치부 장관, 국회의원)을 선정했다. 정종섭 원장은 2020년 국회의원직을 뒤로하고 학계로 복귀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한 그의 마음은 더욱 예리해졌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헌법학자’다. 헌법은 국가의 성립과 더불어 한 축에 국민의 인권을 규정하고 또 다른 축에는 국가조직을 규정한다. 그런 만큼 헌법학자는 이상적 국가관을 세워 두고, 모든 국가조직이 국가발전과 국민의 권익을 위해 제대로 작동되도록 방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었던 것이다. <편집자주>
경주시 안강읍 출신으로 경주중, 경북고를 졸업한 정종섭 원장은 1970년대, 즉 유신헌법 시대에 서울대 법대를 다녔다. 그는 유신헌법의 부적합성을 누구보다 비판했고, 그 대안을 찾아나섰다. 그는 스승으로 모시기로 마음먹은 허영(84) 교수를 따라 경희대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영 교수는 권위주의 정권을 지지하는 실증주의 헌법이론을 비판하고 동화적 통합이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헌법학을 정립한 신헌법주의자였다. 그는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판검사 임용과 변호사 개업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는 1989년 신설된 헌법기관이었던 헌법재판소의 헌법연구관이 됐다. 당시 사시 합격자로서 헌법연구관이 된 예는 그가 유일했다.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나 변호사 등 직함은 사람에게 옷과 같은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혁신하고 개혁해 국가의 발전을 가져오느냐가 중요하다”라는 그의 지론이 발동했던 것이다. 그의 지론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는 30대 때 이미 헌법기관들을 혁명적 수준으로 개혁하는 방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김영삼 정부에서 이를 주목해 그의 영입을 시도하기까지 했으나, 학문적 완성을 이유로 고사했다고 한다.
◇미래 혁신은 AI가 주도 “근대국가의 모델이 해체되고, 정부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정부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저비용 고효율의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판결도 인공지능이 하고, 입법도 인공지능이 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려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정종섭 원장은 시종일관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인공지능이 정확하고 방대한 통계의 바탕 하에 연간 200조원에 달한다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저비용 고효율의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견했다. 앞서 행자부 장관 시절 그는 디지털화와 정보공유를 의미하는 ‘정부2.0’을 업그레이드, 인공지능 탑재를 전제로 빅 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 GPS와 지리 정보 시스템(GIS)을 근간으로 하는 ‘정부3.0’을 발동시켰다. 그 이후에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현재 인공지능은 과학, 기술, 의료 등 분야에 전면적 도입이 예상된다. 그의 예지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들어갔다. 그가 그때 확대한 ‘정보공개 제도’는 관가에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고, 민권 신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초강경개혁론자였던 그를 행자부 장관으로 발탁하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는 후일 역사에 의해 객관적으로 재평가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도 정치와 정부의 개혁 및 4대 공공분야 개혁을 추진했던 개혁적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동 번영 대구경북 통합 정종섭 원장은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북도와 대구시의 통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는 모여들기 마련이다. 광역권의 분할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라면서 “정보와 재정의 통합이 요구되는 만큼 경북도와 대구시의 통합은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고향 경주가 “신라, 고려, 조선의 유물과 인물이 누적돼있는 만큼 엄청난 콘텐츠를 갖고 있다. 이것을 읽어 내고 가치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관광마케팅만을 좇아가는 것은 퇴행”이라면서 “국립경주박물관의 규모를 국립중앙박물관 수준으로 확장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최근 경북도가 설립한 한국국학진흥원에 오게 된 이유도 ‘연구’를 우선시하는 그의 가치관이 작용했다. 그는 “우리 선현들은 당대에 ‘선각자’였다”라면서 “그들의 개혁과 도전정신을 찾아내 우리 미래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경북도가 25년 전에 전국 최초로 설립했으며, 전국 최대 규모인 58만여 건에 달하는 민간분야 지식의 산물을 소장하고 있다.
◇정계 떠난 이후에도 분주 지난 1일 안동에서 만난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의 일상은 매우 분주했다. 2년 전 제20대 국회의원(대구 동구 갑)의 임기 후,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 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부탁으로 올해 3월부터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3년이다. 진흥원은 안동시 도산면 안동호반에 있다. 그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그곳에 출근한다. 서울과 대구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으로 분주했던 그였기에 이곳 근무는 말 그대로 ‘한직’이다. 그러나 이날 그의 집무실에는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직원들이 결재서류를 들고 줄을 지어 있다. 12시 30분, 그는 드디어 결재를 마치고 식권을 구입해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대다수 직원들이 점심을 마치고 일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남은 밥과 반찬들이 바닥을 보인다. 그는 식반에 밥과 반찬을 담고 미역국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식사 후에 그는 “오늘 (식당에서 준비한) 잔반이 거의 남지 않았다”면서 흐뭇해했다. 그곳이 외진 곳이라 인근에 식당에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요리하는 사람은 정갈하게 상을 준비하고, 먹는 사람은 빠짐없이 맛있게 먹는, 구내식당이 계획했던 대로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 대한 만족감의 표시였다. 그가 운영했던 대한민국 행정자치부에서도 이러한 작은 성취들을 모아 ‘정부3.0’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던 것으로 보인다. 강병찬 기자
-정종섭 원장이 걸어온 길
2021.3~ 제10대 한국국학진흥원 원장 2016.5~2020.5 제20대 국회의원 (대구 동구갑/미래통합당) 2014.7~2016.1 행정자치부 장관 2014.1 제20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2010.5 제3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2010.5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2010.5 제25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1989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1982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수상 : 2012 국민훈장 석류장, 1992 한국공법학회 학술상 저서 : 헌법소송법, 헌법학원론,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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