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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의 첫사랑 이야기(1)
정석준 동리목월문학관 상주작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2월 01일(수) 14:41
ⓒ 경북연합일보
박목월은 1935년 대구에 있는 계성 중학교를 졸업하고 스물한 살 되던 해, 경주동부금융조합에 취직을 하였다.
3월 첫째 토요일 아침, 목월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머니가 머무르고 계시는 큰방 앞에서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출근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그래 잘 다녀오너라. 오늘 오후 2시, 그, 무슨 다방…?”
“고궁 다방요.”
“그래 고궁 다방이지. 오늘 그 다방에서 맞선 보는 것, 잊지 않았겠지? 그 자리에 너희 고모님도 오신다니 한 점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알았어요, 어무이.”
목월은 선을 보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약속을 했지만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목월이 살고 있는 모량 3리에서 경주읍에 가려면 십리길을 걸어 모량역에 가서 경주행 기차를 타야했다.
그날도 목월은 기차를 타기 위해 모량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 산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 봄기운을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
모량역에 도착하니 산수유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제 멀지 않아 산에 들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온갖 새들이 봄을 노래하겠지’ 목월은 찬란한 봄을 생각하며 산수유의 향기에 잔뜩 취해 있는데, 멀리서 기차의 고동소리가 들려 왔다.
기차가 모량역에 도착하자 목월은 얼른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월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무심결에 주위를 살펴보니 목월이 앉은 좌석 건너편에 한 아가씨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고 앉아있는데, 하얀 목덜미가 참 인상적이었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아가씨는 창밖을 내다 볼 뿐 좀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기차가 송화산 터널을 지날 때에야 비로소 아가씨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가씨 의 얼굴을 본 순간 목월은 한 눈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갸름한 얼굴에 반달 같은 눈썹, 초롱초롱한 눈매…목월이 지금까지 본 아가씨 중에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이었다.
‘어디 사는 아가씨일까? 이름은? 나이는? 가는 곳은?’ 목월은 아가씨에 대해서 모든 것이 궁금했다. ‘만약 경주에 내린다면 물어 보아야자.
그런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하지? 집이 어디예요? 그건 너무 유치한 것 같고, 그럼?’ 목월은 혼자서 끙끙대며 앓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서서히 경주역 프렛홈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목월은 아가씨가 경주역에서 내리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무심하게도 하차하지 않았다.
목월은 기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목월의 아가씨에 대한 그리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 넓은 세상천지 어디에서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난다?’ 목월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월은 아가씨를 잊으려고 천년고도의 성터와 유적지를 배회하며 시 창작에 몰두하였지만 시상은 떠오르지 않고 아가씨에 대한 그리움만 짙어갈 뿐이었다.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다시 찾아온 토요일 오후, 목월은 천년고찰 불국사를 소재로 한 시를 써 보려고 불국사를 찾았다.
불국사는 불국(부처님의 세계)을 토함산 아래 재현한 사찰로,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불국사는 그 자체가 한 폭의 회화요, 시요, 부처님을 찬탄하는 오케스트라였다.
이 아름다운 불국사를 어떻게 시로 표현한다? 목월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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