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목월 동시 속에 나타난 고향의 의미
정석준 동리목월문학관 상주작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1월 04일(목) 17:34
|
|
 |  | | | ⓒ 경북연합일보 | 목월의 고향은 경북 경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고향은 경북 경주만으로 국한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가 성장한 경북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로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신라문화제 때 경주를 다녀 온 박남수(朴南秀)는 “경주에 가 보니 목월의 시가 거기 있더라”면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산 빛깔, 떠도는 구름, 바람 소리 할 것 없이 경주의 모든 것이 ‘목월의 시’더라”는 것이었다.(김광수, 정신적 수채화가 박목월, 심상, 1986.4. 64쪽) 목월과 동향인 김동리(金東里)는 경주의 풍물과 분위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노래한다.
고향은 고분의 천 년의 고도 어제 바람이 오늘 불고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
이라고 읊었다. 그러면서 그는 ‘슬픔과 폐허의 고향-작가의 고향(20) 경북 경주에서-’란 기고에서 “내 어릴 때, 내 눈에 비친 고도(古都)는 폐허였다. 그것은 끝없는 슬픔이요. 우울이요, 주검이었다. 이 슬픔과 우울과 주검의 리듬이 나의 전생(前生)과 연결되어 ‘나’로서 태어났는지, 나는 어려서부터 이 슬픔과 우울과 주검의 폐허 속에 젖어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심경이었던 김동리는 목월보다 두 살 위로 함께 습작기를 보냈다. 그러기에 그의 심경뿐만 아니라 문우(文友)였던 목월의 심경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김동리는 고도 경주가 고대 고분이 널브러져 있기 때문에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이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동리와 목월이 살던 시대는 산업화나 현대화 전의 도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노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현세를 산다면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내 고향 경주’라고 노래하지 않았을까? 목월은 천부적으로 어린이다운 성품을 타고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언제나 관조의 태도를 지키고 있다. 다시 말해 방관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별로 없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상사 비리에 대한 고발이나 질타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더욱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저항시’라 할 수 있는 시풍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목월의 시 중에 특히 초기의 시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처리될 것이 아니라, 향수의 소산이되, 그 향수는 여느 지방, 여느 시골 출신자와 공통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경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것이다. 그러므로 목월 시에서의 향수는 저승의 기운이 이승을 이기는 폐허의 정적이 감도는 고장에 대한 안쓰러운 심정이며 과거지향적 회고로 나타난다.
여기는 경주 신라 천년…. 타는 저녘놀 아지랑이 아른대는 머언 길을 봄 하로 더딘 날 꿈을 따라 가면은 석탑(石塔)한 채 돌아서 향교 문 하나 단청(丹靑)이 낡은 대로 닫혀 있었다. (春日 전문)
목월은 ‘열릴 듯 늘 닫혀 있는’ 이 향교 문을 통하여 열릴 듯 열릴 듯 감추는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신라의 ‘묵비(默秘)의 베일’을 감지한다. 역사의 유허(遺墟) 앞에서 시인들은 단순한 회고의 영탄이 아니라, 오늘날 있어야 할, 또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가치적인 것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월은 고향의 풍물이나 분위기를 심미의 대상으로 삼아 관조하려고 한다. 목월은 스스로 “나는 향수(鄕愁)로 말미암아 시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으며, 그러므로 이렇게 시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 사실이 하나로 하여금 평생 ‘향수’가 나의 정신의 바탕이 되게 하는 동시에 내 작품에 깊은 정서가 어리게 되는 원인일 것이다”고 회고했다.(박목월, 보라빛 소묘, 신흥출판사, 1958, 117쪽, 동리 목월문학관 소장) 목월은 경주에서 대구로 유학을 온 이후로 사춘기에다 부모 곁을 일찍 떠나왔기에 향수병에 걸릴 만했다. 목월 자신도 그러한 연유로 소설을 읽고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삶에 고난의 행군이 있어야 옥고를 쓰게 되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유년기에 대한 추억을 제재로 한 동시로 회향심(回鄕心)을 띄기도 한다. 제재는 전래동요에서 찾는 듯하다. 아래와 같은 게 대표적인 동시다.
고모님이 접어주신 꽃 주머니 허리춤에 질끈 차 보아라. 환한 보름달 찬 것 같다.(꽃주머니 일부)
그러면서 그는 향수에 사로잡혀 유년기의 체험과 더 나아가 전래 동요와 동화의 세계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또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이국의 풍물과 외래 동화의 세계로 비상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
|
|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최신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