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9-21 20:06:1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금장대와 예기소, 그리고 김동리의 무녀도
정석준 동리목월문학관 상주작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0월 28일(목) 18:03
ⓒ 경북연합일보
경주남산의 기린천과 경주국립박물관 앞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남천과 합류하여 서천을 이루다가 경주보문단지에서 내려오는 북천(알천)과 만나 형상강으로 흐르는 곳에 예기소(또는 예기청소)가 있고, 그 앞 작은 산봉우리에 금장대가 있다. 
금장대는 뛰어난 주변 절경 때문에 신라시대 ‘3기 8괴(三奇八怪)’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3기로는 금척, 옥적, 화주 또는 성덕대왕신종을 꼽는다. 
금척은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하늘의 천신에게서 받은 금으로 만들어진 자다. 금척으로 병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을 재면 살아나는 신비한 자였다. 옥적은 신문왕이 이견대에서 해룡이 나타나 흑옥대를 바친 것이다. 이 피리를 불면 가뭄이나 홍수, 적군들이 쳐들어오거나 병도 모두 해소되었다고 전한다. 화주는 선덕여왕이 가지고 있었던 구슬인데 광선을 비추면 솜에 불이 붙었다고 전한다.
8괴는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남산부석, 남천의 물이 맑고 모래가 가늘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문천도사’, 움이 트면서 붉은 색을 띄는 ‘계림황엽’, 날아가는 기러기들도 반드시 쉬어 가는 ‘금장낙안’, 소나무를 베어도 순이 돋는다는 ‘백률송순’, 뿌리 없이 풀이 자란다는 ‘압지부평’, 천년이 지나도 이끼가 끼지 않고 순백의 빛깔을 간직한다는 ‘나원백탑’, 석가탑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다는 ‘불국영지’ 등이다.
금장대에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금장낙안’의 풍광 속에서 신라의 흥망을 생각하며, 자연의 영원함과 인간 삶의 부질없음, 그리고 과거를 통해 오늘을 경계하며 시를 읊조리던 공간이었다.  

조선시대 선비 매계 조위는 금장대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험준한 끊어진 벼랑에서 강을 굽어보나니
흥이 일어 올라가 저 먼 곳을 바라본다
고가는 연이어 이어졌고, 석수는 세워져 있는데
은은한 푸른 산에 금오가 솟구쳐 있네
폐한 동산에 연기와 꽃이 어지러이 날리니 마음은 아프고
눈 아래 빈 성에는 탑묘만이 높구나
천지는 무정하지만, 어제와 같은데
인간은 하루살이와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매계 조위 문집)

이러한 금장대는 풍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인류가 남긴 최초의 기록이자 예술작품인 암각화가 있다. 사람과 동물 발자국 모양,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들로 청동기 시대의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
금장대는 신라 제20대 자비왕 때, 을화라는 기생이 왕과 연회를 즐기다가 실수로 예기소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 오는 곳이기도 하고, 예기소에는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는데, 해마다 한 두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기도 하다.
예기소는 김동리의 ‘무녀도’의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양귀신에 씌여 돌아온 아들 욱이와 모화와의 이어지는 갈등, 그리고 결국 욱이는 모화가 휘두른 칼에 숨을 거두는데, 달포 후 고운 치마 자락을 연꽃잎처럼 펼치고 예기청소로 들어가는 모화의 마지막 장면을 ‘무녀도’를 읽은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금장대 앞 청소가 바로 그 예기소이다.
김동리의 무녀도는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외래 종교인 기독교 사이의 충돌로 인해 모자가 맞는 비극적 파탄을 액자 구성을 통해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무당인 모화와 기독교 신자인 그녀의 아들 욱이와의 대립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하나의 사상적 갈등을 응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이며 전근대적인 종교인 무속 신앙과 외래적이며 근대적인 종교인 기독교와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모화에게 욱이는 자신의 세계에 침입하여 그것을 파괴하려는 적대적인 인물로 비춰지는데, 여기에서 혈연의 정은 용납되지 않으며 서로 파멸의 길을 향해 치닫는다.우리 무속에 대한 이해가 깊은 작가 김동리는 상식을 뛰어넘는 사건들(아들을 살해하는 행위, 모화의 죽음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초월적이고 운명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예기소 맞은편 강변길을 따라 시내 쪽으로 20분 정도 걷다보면 강변공원이 나오고, 그곳에 동리선생문학기념비가 있다. 이 기념비는 2019년 7월, 경주문인협회 회원 등, 뜻있는 문인들이 동리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경주시의 협찬을 받아 세운 것이다. 동리목월문학기념비 앞 오른쪽 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어가면 동리생가가 나온다. 동리 선생이 살던 저택의 부지는 현재 세 집으로 나누어져 있고, 현재의 집들은 모두 1960대에 지은 건물로 낡고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어서 동리선생의 생가를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동리와 목월은 경주가 낳은 현대한국문학의 거목이다. 목월생가는 2013년 8월, 복원 하였으나 동리생가의 복원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경주시는 예산문제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동리선생의 생가를 복원, 문학관광 명소로 육성한다면 역사문화 도시로서의 위상 제고 및 침체된 도심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시, 미래차 산업 전환 가속페달
“구미 AIDC, 지역 건설사 참여 확대”
월성본부, 항공안전법 개정 현장 홍보
안동 감로사과 유통망 넓힌다…지역특화품종으로 육성
주낙영 경주시장, 동국대~현곡 상구간 도로개설 현장 점검
경북도, 환경오염사고 전방위 대응 분야별 TF 가동
복지도시 달성, 통합돌봄 본격 가동
봉화 청량산 절경, 수묵화로 만난다
천년고도 가을밤 빛난다…경주국가유산야행 준비 ‘착착’
경주시 민선9기 공약사업 실행 고삐 죈다
최신뉴스
영덕 강구해상대교 22일 개통…대게거리 교통난 숨통  
김천에 3470억 규모 ‘반도체 유리기판’ 공장 세운다  
'에너지자원公 유치전' 경주 끌어들인 울산  
영주시, 대학생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  
상주 상산교 재가설 완료 23일 개통  
예천박물관, ‘올해의 박물관·미술관상’ 우수 출판물상 수  
문경향교, 추기 석전대제 봉행  
“기운 없으면 풍기로” 인삼축제 개봉박두  
‘N% 성과급’이 불러온 노·노 갈등  
달성 사문진의 밤, 100대 피아노 선율로 물든다  
군위 부계서 펼쳐진 전통예술 향연  
한미 우호협력 관계 지속 발전 강조  
대구시의회, 중학교 학부모 교육현안 청취  
서대구역 일원 2광장 조성사업 추진 본격화  
추경호 대구시장 “서문시장 4지구 연내 착공”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8,292
오늘 방문자 수 : 62,968
총 방문자 수 : 42,78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