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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의「완화삼(玩花衫)」과 박목월의「나그네」(2)
정석준 동리목월문학관 상주작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0월 21일(목) 17:50
ⓒ 경북연합일보
경주를 처음 찾은 지훈을 위해 목월은 안내자를 자처했다. 석굴암을 찾으니 대숲 사이로 복사꽃이  발갛게 고개를 드러낸다. 진눈깨비가 흩날려 제법 쌀쌀했다.
불국사 나무 그늘에서 찬술에 취하여 떨고 있는 지훈을 목월은 외투로 감싸 주었다. 둘은 경주의 왕릉 사이 오솔길을 걸으며 솔밭 아래 바람 소리를 모으기도 했다.
조지훈은 열흘이 넘게 경주에 머물렀다. 그리고 둘은 헤어졌다. 지훈이 자기 고향인 경북 영양에서 목월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보내왔다. 거기에 목월을 위해 정성스레 쓴 시 한 편이 덧붙여져 있었다. ‘목월에게’란 부제가 붙은 시「완화삼」이었다.

차운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지훈의 편지를 받아 들고 감격한 목월은 밤새 화답시를 준비한다. 그것이 바로 목월의 시「나그네」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조지훈의「완화삼」은 시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조지훈 시는 후기로 내려오면서 지사적(志士的) 기풍을 많이 띠게 되는데, 그러한 징조를 초기 시인 이 작품에서 예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시는 암울한 시대에 처했던 시인의 탄식과 체념의 세계이다. 여기서 시제「완화삼」은 ‘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를 의미한다.
목월의「나그네」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달랠 길 없는 민족의 정한을 스스로 나그네화하여 아름다운 시어, 시각적 이미지, 고전적 가락을 통해 탄식과 체념이 담긴 낭만적 시정(詩情)으로 노래하고 있다.
지훈의 시「완화삼」에서는 물길은 칠백리인데 반하여 목월은 남도 3백리로 화답한 것이다.
지훈의「완화삼」은 선비의 지도를 말하고 여유 있는 낭만을 말하고 있지만 목월의 나그네는 유유자적하는 전근대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하였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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