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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중위’라는 배가 가라앉을까, 산으로 갈까
정현걸
칼럼니스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10월 04일(월) 18:44
ⓒ 경북연합일보
자고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가라앉는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지금 딱 그 지경에 이르렀다. 탄중위는 지난 8월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3가지를 공개했고, 한수원과 국내 기업 등 각계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최종안을 10월에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탄중위는 산업계와 공공기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졌는데 이례적으로 한수원이 탈원전 시나리오 수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한수원은 “기존 초안인 원전 9기를 9기+α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신재생 일변도의 에너지 믹스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한수원의 요청은 의견 제시여서 별로 문제가 안 되지만, 최근에는 여러 군데서 압력이나 사퇴 표명, 기습시위 등의 비정상적 행동으로 탄중위를 몰아붙이고 있다. 탄중위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중구난방이다.
며칠 전, 탄중위가 2030년 국가감축목표(NDC)를 기존 2018년 배출량 대비 35%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상향하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 탄중위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계는 탄소 감축 여력을 넘어선 정부 감축 목표가 오히려 산업 전반에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탄중위 분과위원인 한 관계자는 “산업계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필요한데 이렇게 대통령 한마디로 목표를 대거 올리면 어떻게 하냐”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더 커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탄중위에 참여한 종교계 민간위원 4인은 오히려 더 높게 잡아야 한다며 반발해 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탄중위는 정부가 NDC 안을 제출하면 이를 심의하는 기구여서 본래 새로운 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지 않음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아무튼, 탄중위가 갑작스레 감축 목표를 상향한 배경은 9월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NDC 목표와 관련해 “최대한 의욕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고 지시한 영향으로 보인다. 결국 탄중위는 국민 의견 수렴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속기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9월 28일에는 탄중위와 산업계가 ‘2050 탄소중립 및 2030년 국가 감축목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가 시민단체의 방해로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들은 탄중위를 비난하며 회의 시작 전부터 상의회관에서 기습시위를 하며 탄중위 공동위원장 등의 행사장 출입을 막았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탄중위의 종교계 위원 4명은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계획안이 탄소중립을 이루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정말 탄소중립에 의지가 있는지 절망감을 느꼈다며 탄중위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무튼, 탄중위가 제시한 안을 정부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조만간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어서 각계의 반발과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는 진영논리와 진영싸움이다. 여기에 온건파나 협상파는 설 자리가 별로 없다.
과연 탄중위라는 배가 이대로 가라앉을지 아니면 산으로 갈지, 그게 아니면 극적인, 절묘한 합의안을 도출하여 탄소중립도 실현하면서 국가 경제도 살리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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