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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순례10-분황사의 기적, 도천수대비가
강병찬 본지 취재국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9월 01일(수) 20:50
ⓒ 경북연합일보
“무릎을 곧추며 / 두 손바닥 모으와 / 천수관음 前에 / 비옴을 두노이다! / 千 손에 千 눈을 / 하나를 놓고 하나를 더옵기 / 둘 없는 내라 / 하나야 그으기 고치올러라 / 아으으 내게 끼쳐 주시면 / 놓되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고.”(양주동 현대역)
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는 신라 제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 희명(希明)이 지은 신라향가다. 천수관음가(千手觀音歌)·맹아득안가(盲兒得眼歌)라고도 한다. 삼국유사 권3 분황사천수대비맹아득안조(芬皇寺千手大悲盲兒得眼條)에 전한다.
경주 한기리(漢岐里)의 여인 희명의 아들이 생후 다섯 해 만에 갑자기 눈이 멀게 되자, 희명이 분황사(芬皇寺) 좌전(左殿)에 있는 천수대비의 벽화 앞에서 아이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해 마침내 눈이 뜨게 됐다는 내용이다.
대개 십구체(十句體) 향가로 인정받고 있다. 향찰(鄕札)로 표기된 내용의 해독이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대체로 천수천안(千手千眼)을 가진 천수관음 앞에 합장하고 앉아 “두 눈이 없는 내게 눈을 주신다면 그 자비로움이 얼마나 크겠습니까”하는 기원의 노래라는 데 일치한다.
원전에 ‘영아작가(令兒作歌)’라는 대목이 있지만, 이 노래를 향찬(鄕讚)으로 본다면 향찬의 전통적인 창법에 따라 희명이 부른 것을 그 아들이 따라 불렀다고 본다.
이 향가는 천수대비에 대한 신앙의 결과, 기적적인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배경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가없는 사랑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다만 향가는 노래로 만들어진 시편이라 그 곡조가 전해지지 않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이에 일연 스님은 칠언절구 한시를 지어 간절함을 보탰다. “竹馬蔥笙戱陌塵 / 一朝雙碧失瞳人 / 不因大士廻慈眼 / 虛度楊花幾社春 = 대나무 말 타고 피리 불며 길에서 놀더니 / 하루아침에 두 눈을 잃어버렸네. / 보살님의 자비로운 눈 주시지 않았다면 / 몇 번이나 버들꽃 피는 봄을 헛되이 보냈을까.”이다.
도천수대비가에서 주목할 점은 전개 장소가 경주 분황사라는 점이다. 분황사는 선덕여왕 3년(서기 634년)에 세워졌다. 분황사에는 모전석탑(국보 30호), 약사여래불, 석정, 화쟁국사비대, 당간지주를 비롯한 문화재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분황사는 유형문화재보다도 더욱 소중한 우리 인문학의 산실이라는 점이다. 분황사에서 최초의 우리 문자인 ‘향찰(鄕札)’이 만들어졌다. 분황사에서 향찰을 만든 사람은 설총(薛聰)이다. 설총은 원효대사(元曉大師)와 요석공주(瑤石公主) 사이에 태어났다.
앞서 원효대사는 분황사에서 화엄경소 등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설총은 어릴 때부터 분황사에서 원효로부터 훈육을 받았을 것이다. 설총은 종교와 예법으로부터 언어, 문학, 정치, 사회, 철학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인문학적 토대를 쌓았다. 효심 또한 대단했다고 한다.
신라는 민족의 자주성이 강조되는 사회였고, 불교 사찰에서는 불경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한문 원문에서 이두(吏讀, 吏頭, 향찰, 구결)를 덧붙여 이해가 쉽게 했다. 앞선 시대부터 쓰이던 이두를 설총은 선각자적 관점에서 체계화하고 집대성했다고 여겨진다. 설총은 이두만으로 불교경전을 해독하고 낭송했다고 사서에 전한다.
따라서 설총이 대한민국 인문학의 아버지가 되고, 분황사가 대한민국 인문학의 요람이 된다. 신라인들은 향찰과 향가를 무척 아끼고 사랑해 널리 애창했고, 삼대목(三代目)이라는 향가집을 발간하기까지 했으나 아쉽게도 전해지지는 않는다. 혹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의 고문헌들을 약탈해간 것 중에 삼대목이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고려후기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할 때 신라향가 14수를 넣은 것을 보아 그때까지는 남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도천수대비가는 향찰로 쓰인 신라향가로서 장소적 배경이 분황사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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