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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왕릉-포근하고 따스한 정감을 주고 있는 능 (2)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7월 08일(목) 17:56
ⓒ 경북연합일보
그런데 최근 발견된『화랑세기』<필사본>에 의하면 덕만공주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언니 천명공주(天明公主)가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하였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화랑세기』<13세 풍월주 용춘편>에 의하면, 진지왕은 폐위되었으나 태상태후(진흥왕비)의 명령으로 진지왕의 두 아들(용수와 용춘)은 진평왕의 딸인 천명·덕만과 함께 궁궐에서 자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천명공주는 용춘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신라 사회에 숙부와 조카 사이는 서로 사랑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천명공주에게 싹튼 사랑의 대상은 용춘이었으나, 그는 공주의 그런 마음을 몰라주었다. 천명공주는 어머니 마야왕후에게 “남자 중에는 용숙(龍叔)같은 사람이 없습니다”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용수와 용춘 중에서 ‘젊은 아재(叔)’란 뜻으로 용숙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마야왕후가 이를 잘못 알아듣고 진평왕에게 “천명이 용수를 좋아하고 있다”고 알려 진평왕은 용수를 사위로 삼고 왕위까지 물려주려고 용수를 천명공주의 남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왕후가 천명공주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 바람에 천명공주는 그만 사랑하는 용춘이 아닌 형 용수의 아내가 되고 만 것이다. 용수의 아내가 되어서도 용춘에 대한 천명공주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한편 13세 풍월주가 된 용춘은 많은 업적을 쌓고 있었다. 용춘이 풍월주로서 큰 업적을 이룩하자 진평왕은 용춘에게 다음 왕위를 물려주기로 결심하고 천명에게 왕위 계승권을 양보하라고 권했다.『화랑세기』는 ‘이때 천명공주가 효심으로 순종하여, 지위를 양보하고 출궁했다’고 적고 있다.
영국의 윈저(Windsor, 1894~1972)공이 심슨(Simpson) 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마저 버렸다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천명공주 역시 사랑하는 용춘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린 것이다.
천명공주가 출궁함으로써 왕위는 자연히 용춘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선덕공주(덕만)가 여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언니가 즉위한다면 모르겠지만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용춘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면서 왕위를 양보하기는커녕 “용춘이 자신의 사신(使臣)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평왕은 선덕이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이 정도의 배포라면 왕 노릇을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선덕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진평왕릉 맞은편이 낭산이고, 그곳에 그의 딸 선덕여왕이 묻혀 있다. 진평왕릉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두 부녀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덕만아!”
“예, 아버지.”
“역시 내 판단이 옳았어.”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 말이야. 지금 생각해 봐도 잘 한일 같아. 네가 김춘추, 김유신 같은 인재를 중용하여 통일의 기반을 닦았기 때문에 비로소 삼한일통(三韓一統)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너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선덕여왕’ 방영 이후 너 요즈음 인기가 짱이라면서…?. 네 덕분에 날 찾는 사람도 부쩍 늘어 심심치 않단다. 난 지금 열 아들 부럽지 않단다.”
“아버지도 참…”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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