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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 칠곡 할매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24일(목)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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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최근 뉴스 매체를 통해 칠곡 할매 서체의 탄생을 알 수 있었다. 다섯 분의 할머니들이 4개월간 2천 장의 종이에 연습한 각고의 노력 끝에 각자의 다섯 분 이름을 담은 폰트가 완성되었다. 할머니들의 삐뚤삐뚤하고 꼬불꼬불한 삶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서체를 만들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칠곡 할매 서체 5종(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은 상업적 이용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며 지식재산권이 있는 칠곡군청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에 앞서 2019년도 김재환 감독에 의해 만들어 영화<칠곡 가시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약목면 복성2리 할머니들의 한글을 배우는 과정과 정겨운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일곱 명의 80대 시골 할머니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한글 배우니까 인생 팔십 줄에 사는 기 와 이리 재민노’ ‘글자를 아니까 오지게 재밌다’ 등 까막눈 할매들 행동 하나 하나에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난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또한 정겹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고 할머니 생각도 난다. 까막눈 할머니에게 글자를 가르쳐 드렸더라면 하는 때늦은 생각도 들었다. 2008년부터 칠곡군 내 마을별로 운영 중인 ‘성인 문해학교 문예반’의 활약이 시발점이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모여 한글을 배우고 시를 배우며 쓴 98편들의 시들을 우연히 지역 문인들이 눈에 띄어 빛을 보게 되었는데 교보문고 등에서 2주일 만에 다 팔릴 만큼 대박이 났다. 첫 시집 ‘시가 뭐고?’ 에 89명의 칠곡 할매들이 참여했고, 2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에는 119명, 3집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에는 92명의 할매들이 참여하여 시를 만들었다. 시 본연의 미학과는 좀 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여서 공감력이 배가되었을까 칠곡 할매들의 시들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들은 이제 제 4시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판매수익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한다고 하니 가슴 뭉클하다. 할매 시인들의 시 한 두 편을 옮겨 적어 본다. ‘공부시간이라고/일도 놓고/헛둥지둥 왔는데/시를 쓰라 하네/시가 뭐고/나는 시금치씨/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할머니의 ‘시가 뭐고?’ (2015년 1집『시가 뭐고?』수록) ‘나는 백수라요/묵고 노는 백수/콩이나 쪼매 심고/놀지머/그래도 좋다.’ -이분수 할머니의 ‘나는 백수라요’ (2016년 2집『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수록) 칠곡군 약목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칠곡 가시나들 벽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해학적이고 정감넘치는 그림들로 가득하다. 한 글자 한 글자 시 구절 속에는 지나온 삶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잠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힐링의 장소로 적합한 곳이다. 칠곡은 대구와 구미 사이에 있다. 아니다 칠곡 주변에 대구가 있고 구미가 있다. 최소한 인문학적으로 이런 생각마저 든다. 칠곡이 인문학의 고장, 인문학 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오래전부터 밑자리를 잘 깔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지방자치 단체들은 눈에 띄기 쉬운 외형적 사업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칠곡은 아닌 것 같다. 차곡차곡 문화 속살을 채우고 있다. 물론 인문학적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상문학관과 베네딕토 수도원 등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노령인구가 대부분인 지방의 비슷한 여건 속에서 칠곡이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해주었다고 여겨진다. 인문학 향기 가득한 칠곡에 살며 마음이 젊어지는 시를 쓰는 칠곡 가시나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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