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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03일(목)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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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처음 보았을 때 이른바 스탕달 신드롬이라 할 수 있는 유사한 현상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심장이 뛰는 그림을 왜 이제서야 만날 수 있을까? 스스로 그림에 문외한임을 자각하기도 했다. 모나리자를 처음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그림들이 서로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나리자보다는 ‘진주 귀고리 소녀’이 그림이 훨씬 정감이 간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로는 고흐와 렘브란트를 들 수 있다. 이들에 비해 베르메르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세기 이후에 와서야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철저히 베일 속의 화가였다. 은둔의 화가, 침묵의 화가로 알려진 그가 남긴 그림 또한 35점에 불과할 만큼 전하는 작품 수가 많지 않다. 베르메르는 1632년 운하가 있는 작은 도시 델프트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평생을 보냈다. 화가 길드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으며 11명의 자녀가 있었고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는 기록 등 몇 가지 자료들을 빼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화가이다.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진주 귀고리 소녀’는 국외 유출을 극도로 꺼릴 만큼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로 여기고 있으며 렘브란트 작품보다 더 아낀다고 한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여러모로 신비스러운 작품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무지개 같은 그림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당시 사람들과 다른 이색적인 복장, 살짝 벌어진 입, 촉촉하게 붉은 입술 그리고 빛이 나고 있는 진주 귀고리, 터번인 듯 머리를 감은 청색과 노란색 소녀의 머리 장식을 드리운 어깨선까지 그렸다. 살짝 뒤돌아보며 뭔가 말하려는 듯, 관능미로 유혹하는 듯, 부끄러워하는 순수함인 듯, 때로는 슬퍼 보이는 듯, 알 듯 모르듯 모호함의 경계에서 그녀가 있다. 뚜렷하면서도 모호한 듯한 이런 기법을 스푸마토 기법이라고 한다. 이 불가사의한 이 작품은 크지 않은 그림이지만 울림은 네덜란드 땅만 하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미국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이 그림 한 점에 영감을 받아 1999년 그림과 같은 제목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이전인 열 아홉 살 때부터 방에다 이 그림을 붙여놓고 살았다. 신비한 그림 속 주인공인 소녀는 누구일까? 매혹적인 그림 속 소녀에게 말을 걸며 많은 날들의 고뇌들이 쌓이고 쌓여 이 책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는 물론 정치, 종교, 사회 등 공부함은 물론 물감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공부하였음을 밝혔다. 각고의 노력과 상상력은 그림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고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17세기 도시와 골목, 당시의 생활풍습을 세밀하게 복원시켰다. 그리고 소설책 속에는 현존하는 베르메르의 작품 35점 중 23점이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일석 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2003년 영국의 영화감독 피터 웨버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2018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재개봉되기도 했다. 여주인공 그리트 역으로 등장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림과 소설 등 관점 없이 막연하게 이 영화를 본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가 베르메르와 소녀 그리트의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사랑의 감정들을 그림을 매개체로 하여 들여다볼 수 있다. 빛을 통해 드러나는 명과 암, 색채미와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는 예술적인 영화이다. 아름다운 한 점의 그림은 아름다운 소설을 낳았고 소설은 또 아름다운 영화를 낳게 했다.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예술적 순기능이다. 시 한 편 쓰며 이 아름다운 대열에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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