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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이문(一心二門) (2)
정석준 수필가, 법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27일(목)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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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화두를 관공서의 문서ㆍ법령과 같이 준엄한 것이라고 해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공안에는 1,700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간화선법에 의한 참선수행을 많이 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학인 스님이 동산 수초(洞山 守初) 스님께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그때가 여름이라 스님은 삼을 만지고 있다가 그 삼을 보이시면서 “삼 세근이니라”라고 대답하였다. 부처님을 물었는데, 어째서 ‘삼 세근’이라고 하였는가? 이것을 의심하고 의심하는 것이 화두 참선법이다. 화두 참선 중에 다른 망념이 끼어들면 절대 안 된다. 오직 한 생각, 부처님을 물었는데, 어째서 ‘삼 세근’이라고 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그 의심이 타파되면 확철대오(確徹大悟)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두 참선으로 도를 깨친 구정 스님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통일신라 말기 때의 일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비단 장사를 하여 생계를 꾸려가는 한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비단을 짊어지고 오대산의 진고개를 넘어가다가 고갯마루에서 쉬고 있는데, 노스님 한 분이 길옆 풀숲에서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린 채 꼼짝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노스님의 모습을 매우 이상이 여긴 청년은 가까이 다가가서 여쭈었다. “스님,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중생들에게 공양을 하고 있는 중일세.” “어떤 중생에게 무슨 공양을 베푸십니까?” “옷 속에 있는 이와 벼룩에게 피를 먹이고 있네.” “그런데 왜 4지(四肢)를 벌리고 꼼짝하지 않고 서 계십니까?” “내가 움직이면 이나 벼룩이 피를 빨아 먹는데 불편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나 벼룩이 피를 빠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서 있는 것이라네.” 스님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은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스님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오대산 동쪽 봉우리 밑의 관음암(觀音庵)에 도착한 스님은 청년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인 일로 나를 따라 왔는가?” “저도 수행하여 스님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내 제자가 되려면 내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예, 스님이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청년의 굳은 결심을 확인한 노스님은 그의 출가를 허락하고, 가장 먼저 부엌에 있는 큰 가마솥을 거는 일부터 시켰다. 청년은 흙과 짚을 섞어 이긴 다음, 부뚜막을 만들고 솥을 걸었다. 하루가 족히 걸려 일이 겨우 마감되었을 무렵,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스님은 호통부터 쳤다. “이놈아, 솥을 이렇게 걸어서야 어디 쓰겠느냐? 한쪽으로 틀어졌으니 다시 걸도록 해라.” 노스님은 짚고 있던 지팡이로 솥을 밀어 내려 앉혀 버렸다. 스스로가 판단하기에는 조금도 틀어진 곳이 없었지만, 청년은 스님의 분부에 따라 불평 한마디 없이 새로 솥을 걸었다. 그렇게 솥을 걸고 허물어 다시 걸기를 아홉 번, 드디어 노스님은 청년의 구도심(求道心)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솥을 아홉 번 고쳐 걸었다’는 뜻에서 ‘구정(九鼎)’이라는 법명을 내렸으며, 자신이 중국에서 동방대보살(東方大菩薩)로 추앙받았던 무염선사(無染禪師, 801 ~888)임을 비로소 밝혔다. 그 뒤 어느 날, 원래 글을 알지 못했던 구정스님은 무염선사를 찾아가 간절히 여쭈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즉심즉불(卽心卽佛)이니라.” 워낙 무식한 구정스님이었는지라 ‘마음이 곧 부처’라는 뜻의 즉심즉불을 ‘짚신즉불’ 이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말았다. ‘집신이 불?, 집신이 부처라고?’ 뭔가 이상하게는 느꼈지만 스승을 지극히 존경하고 있었던 구정스님이었기에 그 말을 무조건 받아들였다. “우리 스님은 부처님 같으신 분인데 허튼 소리를 할리가 만무하다. 부처를 물었는데, 어째서 짚신이라고 대답을 하셨는고? 짚신이 어째서 부처인고? 어째서…?” 그날부터 구정스님은 자기가 신던 짚신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자나 깨나 ‘이 짚신이 어째서 부처인고?’하는 생각을 놓아버릴 줄 몰랐다. 하루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한 짐 한 다음, 짚신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짚신아 어째서 네가 부처냐? 짚신아 어째서 네가 부처냐?”하며 소리를 지르다가 홀연히 짚신의 끈이 뚝 끊어지는 순간 확철대오 하였다. 도를 구하는 구정스님의 지극한 마음, 그와 같은 구도의 일념이 깨달음을 이루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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