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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정-충의열사를 모신 사당(2)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4월 08일(목) 15:34
ⓒ 경북연합일보
포석정하면 떠오르는 왕이 있다. 바로 신라 55대 경애왕이다. 경애왕 4년(AD 927) 9월, 후백제 견훤이 고을부(지금의 영천)를 점령하고, 호시탐탐 서라벌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신라는 고려 왕건에게 구원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구원병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그해 11월(陰), 견훤이 불시에 서라벌로 쳐들어 왔다. 이때 왕은 비빈 종친들과 함께 포석정에서 연회를 베풀며 놀고 있다가 갑자기 적병들이 들이 닥치는 바람에 포석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유상곡수는 핏물로 바뀌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삼국사기』 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삼국사기』 의 기록처럼 견훤의 군사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 앞에서 더구나 엄동설한에, 어떻게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며 유흥을 즐길 수 있었을까? 최근 발견된 『화랑세기』 필사본에 의하면 포석정을 포석사(또는 포사)라 이름 하였고, 국선 문노의 초상을 포석사에 모셨다는 기록과 함께 보리(12세 풍월주)와 만룡, 문노(국선)와 윤궁, 김춘추와 문희의 길례(결혼)를 이곳에서 치루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포석정은 단순한 유흥의 장소가 아니라 충의열사를 모신 사당이며, 귀족 자제들의 혼례의 장소로도 이용된 성소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견훤의 침략을 받고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구제할 힘을 상실한 신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곳 포석사에 모신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의 힘을 빌려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제사를 지내다가 참변을 당한 것은 아니었을까?
경애왕의 뒤를 이은 경순왕은 천년동안 지켜 온 나라를 고려에 바치고 만다. 왕건은 “경사가 났다”고 하여 서라벌의 지명을 경사 경(慶), 고을 주(州)자를 써서 경주로 고치고 김부(경순왕)에게 식읍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경주라는 지명이 고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나라를 송두리째 바쳤으니 경사스러운 고을일지 몰라도, 이곳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자랑스러운 이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순왕이 한 번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천년 사직을 고스란히 고려에 바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지만, 포석정의 참극을 겪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나라를 지킬 힘을 상실한 신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선택이 아니었을까 사료된다.
천년 사직의 비극을 간직한 포석정지에는 화려했던 이궁(離宮)의 모습도, 낙화처럼 무참하게 떨어진 아릿다운 궁녀들의 모습도 찾을 길이 없으나,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던 포형(鮑形)의 돌 홈만은 그대로 남아 이곳을 찾는 이에게, 그 옛날의 영화와 비극을 동시에 말해주고 있다.

가을 바람에 잎지고 풀섶은 어지러운데
일찍이 신라왕이 이곳에 연락(宴樂)하였지
고울(高鬱)이 어찌 승냥이와 호랑이 들어 온 줄 알겠으며
공산(公山)에 그 뉘 육용(六龍)이 지친 줄 알았으랴.
들꽃 피고 지니 나무를 보아도 마음 아프고
산새 지저귀니 숲 속 가지마다 한이 스미는 구나.
돌 틈 작은 시냇물 슬프게 울부짖으니
천고에 들리는 나그네 시름을 더하누나.
(매월당집 권12)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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