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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시민의 자치역량
김진규 본지 취재본부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4월 07일(수) 15:49
ⓒ 경북연합일보
서양 정치사의 큰 흐름을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대체로 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그리고 입헌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정으로 변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이후 서양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도 헌법 제1조에서 보듯이 국가 운영의 으뜸 원리로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다수가 함께 통치한다는 민주공화국은 국민자치의 다름 아니다. 여기에서 자치의 영역을 지방으로 옮기면 국민자치는 주민자치로 치환된다.
자치에 대한 담론의 하나로, 일군의 학자들은 인간본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간은 자율적인 결정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국가나 지도자에게 의지함으로써 편안함을 추구하고 마음의 행복이 그 가운데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과에 속하는 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인간본성의 두 측면을 새디즘(가학증)과 매조하즘(과학증)으로 나누고 이것이 시대상황과 결부되어 자치와는 정반대의 정치적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현대사에서 나타난 전체주의와 파시즘의 대두가 그렇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은 1931년 미국 동부 일대를 여행하면서 주민자치가 활발히 운용되는 현장을 목도하고 그 소회를 그의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소상히 밝혔다. 당시 자유주의를 구가하던 유럽국가들이 평등 확대를 요구하는 민주주의 물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오히려 신생국가 미국에서 그 위험스런 민주주의가 보란 듯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에 그는 적잖이 놀랐다.
토크빌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제국과 달리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대해 주목했다. ‘미국인은 진정으로 자치를 원하며 또 이를 실현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명료한 답을 제시함으로써 토크빌은 일약 세계적인 석학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답변은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문화적 차별성이 민주국가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시민의 참여와 자치역량이야말로 미국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보았다. 그는 경제적 요소보다 문화적 요인에 착안했고 문화적 전통의 형성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이란 새로운 나라가 탄생하는 과정이 소규모의 마을 단위로 시작하여 주가 형성되고 또 몇 개의 주가 모여 연방 국가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아래부터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미국 특유의 정치문화전통으로 자리 잡히게 된 것이다.
그는 풀뿌리민주주의가 민주공화국으로 이행에 도움이 되는 한 주민자치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지방자치를 토크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오랜 중앙집권적 전통과 자치문화의 빈곤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율성보다 타율적인 문화전통이 지배하는 이상, 주민자치의 비전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으며 일부 학자들이 갖고 있는 경계심의 근거이기도 하다.
무릇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방자치를 일구어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제도자치를 기반으로 해서 주민자치의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방자치를 발전시켜오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투표가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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