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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 - 서번트 리더십의 유래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3월 24일(수) 16:19


 
ⓒ 경북연합일보
헤르만 헤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은 빠짐없이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청소년 권장 도서로 지정되었을 만큼 인기가 높다. 데미안,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크놀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특히 헤르만 헤세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선교사이자 인도학자였던 외조부 영향을 받아서인지 동양과 관계된 작품을 썼다. 인도의 시라는 부제가 붙은 ’싯다르타’와 ‘동방순례’ 등을 들 수가 있다.
특히 동방 순례는 다른 작품에 비해 주목을 덜 받은 130페이지 안팎의 중편소설이지만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 헤세의 후기 대표작이라 할 수 있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유리알 유희’의 서문 역할을 했다. 자신의 모든 문학작품의 근본이 되고, 문학적 이념을 잘 표현하여 문학적 완성도를 높힌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동방순례가 그 바탕이 되었다.
동방순례는 결맹(Bund)에 가입해서 동방으로의 여행에 동참한 H.H가 소설의 화자이다. 여기서 H.H란 헤르만 헤세의 이니셜임을 알 수 있는 바, 작가 본인의 대리 역할자임을 알 수 있다. 결맹의 대열 속 일행이던 하인 레오가 어느 순간 모로비오 계곡쯤에서 사라지자 순례의 대열은 중심을 잃고 허둥지둥 혼란에 빠지고 만다. 무리를 이끌고 동방으로 향해 나아갈 리더는 보이지 않고 사분오열되고 만다. 이 대열 속에서 드러나지 않게 이끌고 왔던 사람이 바로 하인 레오였다. 가장 아래에서 봉사하던 사람이 무리의 리더이자 최고지도자였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소설속 하인 레오의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기원이 되고 유래가 되었다.
1977년 로버트 그린리프(1904~1990)는 ‘리더로서의 서번트’라는 저서를 통해 리더의 진정한 역할에 관해 서번트 리더십의 기본이론을 정립하여 발표하게 된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머슴이 되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헤르만 헤세의 동방 순례 속에서 레오를 롤모델로 가져왔다. 이후 서번트 리더십은 여러 기업과 조직 경영의 참고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헤세가 소설을 쓸 무렵은 1차 세계 대전 이후 피폐하고 혼란과 혼돈의 상실감 속에서 뭔가 탈출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동방으로 순례는 단순하고 막연한 순례가 아니라 정신세계로 향한 내면의 여행이었다. 소설 속의 동방이란 지역이 아니라 영혼의 고향이자 정신적 세계, 궁극적인 도(道)에 이른다. 노자와 장자와도 연결된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이상적 군주란 백성이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동방 순례 소설 속 레오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신비한 동방으로 순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초월적 세계이자 자각과 직관을 통해 내면적 구도의 길에 이르는 여정임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일방적 지시와 명령하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꼰데의 리더십은 이제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리더임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들에게 헤세의 동방 순례를 권유하고 싶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생색내지 않는 리더들이 많았으면 참 좋겠다. 소설 속의 레오처럼.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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