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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날로그
한순희 경주문인협회 지부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1월 05일(화) 18:58
ⓒ 경북연합일보
빛의 축제를 즐기려 유람선을 탔다. 달이 별을 데리고 지구에 마실을 나왔지만 사람들은 하늘에 뜬 별은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상상의 세계로 유형을 하고 있다. 물과 빛과 건물과 조형물이 만들어 내는 4차원 불빛세계는 감동이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야경에 심취해 플래시 터뜨리는 소리만 들린다. 내가 어릴 때는 아버님이 마당 한편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멍석을 깔아주면 그곳에서 별을 헤며 놀았다. 꿈과 이상의 빛에서 흔들리는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나는 별 헤아리는 밤에 초가집 지붕 위에 핀 하얀 박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며 살았지만 지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4차원 시대다. 온고지신을 고집할 수는 없지만 지금 겪는 세상은 하늘로 치솟은 고층빌딩 만큼 불안하다. 기계 발전의 광속도가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스마트폰을 들고 갑판위에 앉았다. 그런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뭐해, 사람이 스마트 해야지. 우리 기성 세대들이 기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거의 전화기로만 사용하는데서 나온 말이다.
인터넷의 바다는 무한대다. 컴맹은 문맹과의 차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산다. 스마트기기는 말만 하면 척척 알아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준다. 듣고 싶은 노래도 말만 하면 찾아서 들려주고 사진도 찍어 달라고 말만 하면 찰깍찰깍 잘도 찍어준다.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주고 택시를 불러 집 앞에 대기하며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이동시켜 주고 돈은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호텔과 비행기를 예약해 주고 예약한 자동차는 집 앞까지 가져온다. 그 뿐이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처럼 직장 일을 할 수 있다. 앱을 연결해 실시간 영상통화를 하고 서류를 주고받는다. 이제 지구가 원하는 건 스마트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복잡한 게 싫어 스마트한 사람이 되기 싫어한다. 점점 더 젊은세대와의 단절과 이질로 꼰대소리를 들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세상 이치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단 걸 겪어보니 알겠더라. 기계, 기능에 목메고 싶지 않다.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더라. 삶은 찾아나서는 것, 기다리면 시간만 흘러갈 것이다. 나는 서점에서 읽어야 할 책을 고르며 즐거워했고 읽고싶은 책을 한아름 안고 나오며 부자 된 기분을 느낀다. 미래가 희망적인 아날로그만이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싶다. 긴 글도 읽기 싫어하는 스마트한 시대지만 끊임없이 글을 집필하며 책장을 넘기는 창작물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오늘 밤 유람선 풍경과 하늘의 별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고 하늘 요정이 내려와서 춤을 추는 호수를 바라보며 감정이입을 했다. 디지털을 따를수록 공허와 외로움이 따르고 아날로그를 따를수록 경험이 축적돼 복합적 정보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 가더라. 아날로그의 감성적 체험효과와 호기심, 상상력 같은 두뇌 활동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 생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들어온 디지털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아날로그가 과거의 명성과 방식으로 되돌아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물리적인 촉감으로 구성된 오감을 느끼는 아날로그만의 꿈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생각하고 느끼는데 가치를 부여해 보는 하루다. 나는 먼 낯선 땅에서 밤마다 길을 헤매는 꿈을 꾸고 있다. 실은 도시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고 나의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미래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불안하다. 적어도 60대로 진입하는 나에게는 아날로그 삶이 그립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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