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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화열 소장]신라 향가 재현해 노래 부르는 경주의 풍류가객
“신라 향가, 무형문화로서의 가치 확립해야”
박옥 같은 시조 발굴, 우리 노래 체계화 매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28일(월) 09:14
↑↑ 우리 노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시창하는 허화열 영제시조연구소 소장.
ⓒ 경북연합일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가 태평하리라’는 신라 향가 <안민가(安民歌)>를 경주시 행사나 국가 행사에서 애국가처럼 부른다면 멋지지 않을까요? 시장은 시장답게,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답게’ 한다면 나라는 저절로 잘 될 것입니다.”

↑↑ 허화열 소장이 지난 2016년 보정하고 새로 엮은 영제시조악보 <時調提要(시조제요, 일관 이기릉.송하 김영도 공편, 민속원 펴냄)>.
ⓒ 경북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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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제시조연구소 허화열 소장은 신라 향가야말로 정말 소중한 우리의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많지만, 노래로 부르는 가객은 매우 적다고 안타까워했다.
허 소장은 우리 노래의 뿌리인 신라 향가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향가의 본고장 경주에서 청장년기를 바쳤다. 후학양성에 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나 우리 가곡인 정가의 멋과 매력, 신라 향가의 헤아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형산에 박옥(璞玉)을 얻어 /세상사람 보이렸드니 /겉이 돌이어니 속을 알이 /그 뉘 있으리 /두어라 아는 이 알지니 /돌인 듯이 있거라”
지난 18일 경주화랑마을 풍월정 아래 겨울 풍류를 더하는 우리가락이 울려 퍼졌다. 낭랑한 국악합주에 맞춰 손바닥 장단을 치며 부르는 시조는 오후 늦자락 햇살도 쉬어갈 듯 유유히 흘러갔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렇게 추운 야외에서도 시조를 배우겠다고 모이니 어떻게 안할 수가 있겠어요.” 허화열(66) 소장은 겨울 한파도 아랑곳하지 않는 시조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고맙고, 이들이 진정 박옥 같이 느껴졌다.

▣ 소통을 위한 편곡, 10여년 만에 완성된 반주음악과 악보

허 소장의 시조창 수업은 여느 수업과는 사뭇 다르다. 함께 부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눈치로 박자를 맞추거나 지도자의 숙련된 감에 따르는 게 아니라 반주와 악보로 진행된다.
허화열 소장은 시조창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까닭이 정확한 악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반주를 완성하고 악보를 정리하는 작업에 10여 년의 시간과 적잖은 비용을 들였다. 신라 향가에서부터 조선시대 시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편곡에도 열성을 쏟았다. 담긴 내용 자체가 배움이 되는 한시와 아름다운 정취가 담긴 선비들의 가사들이 그저 읊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소통을 위해서는 편곡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시창을 하는 사람만 알지,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거예요. 우리 세대는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앞으로 배우게 될 사람들에게는 누가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악보를 통해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절실하다고 생각했어요.” 큰 공연장에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웅장하게 녹음된 반주음악이나 영상 또한 미래를 내다본 그의 신념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 전국 국악상 휩쓸던 가객, 널리 전승하는 소임
허화열 소장은 마흔 늦깎이로 국악에 입문했다. 수소문해 찾아간 박덕화(경북 중요무형문화재 28호 가곡 예능보유자)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우면서 정가(시조창, 가사, 가곡)의 매력에 흠뻑 심취했다. 10년 만에 각종 대회에서 국악인으로서 평생 받을까 말까한 큰상을 휩쓸었다.
임방울 국악제(2005년)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2006년) 시조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한 데 이어 전국시조가사가곡 경창대회(2006년)에서 시조 부문과 가사 부문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의 열정은 깊이와 넓이의 궤를 함께 하면서 배움에서 가르침의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영제시조(대구시 무형문화재 제6호)는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시조창이다. 1대 이기릉 선생을 잇는 2대 박선애(무형문화재 영제시조 예능보유자) 선생으로부터 철저한 영제시조 이수지도를 받은 허화열 소장은 지난 2013년 경상북도 영제시조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2016년에는 영제시조 악보를 정리해 <時調提要(시조제요)> 보정판을 출간했다. 가곡(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8호) 예능보유자인 박기자 선생과 완제시조(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예능보유자인 오종수 선생으로부터 이수했다.
서라벌정가단을 창단하고 경상북도 영제시조연구소를 설립한 허화열 소장은 우리의 아름다운 노래가 자손대대로 불러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중한 자료로 남기는 데에 주력했다.
우리 노래를 배우고 즐기려는 이와 후배 전공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부해야 널리 전승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제시조 악보가 완벽하게 정리가 돼 있었다면 제게 이런 기회가 없었겠죠. 또 옛 어른들이 못다 하신 게 있으므로 제게 또 이런 소임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 노래의 뿌리, 경주에서 부르는 신라 향가 체험 기회 마련
허화열 소장은 후세에 길이 남겨야 할 소중한 우리 음악, 우리 노래의 뿌리인 향가가 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는 경주향교와 서원을 비롯해 크고 작은 지역행사에서 향가를 부르면서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마련해오고 있다. “신라향가는 정말 경주의 보물이에요.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무형문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분황사 모전석탑 앞에서 부르는 ‘도천수대비가’와 건천읍 부산성에서 듣는 ‘모죽지랑가’, 반월성에서의 ‘원가’, 충담제나 월명제 때 듣는 ‘찬기파랑가’와 ‘제망매가’의 느낌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허 소장은 요즘 들어 부쩍 스무 살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온 경주에 대한 보답을 생각한다. 그는 신라 향가를 경주뿐만 아니라 국가무형문화, 우리의 대표 노래가 되도록 널리 알리고 부르는 데에 힘쓸 계획이다.
신라 경덕왕 24년(765년)에는 나라가 가뭄과 지진 등의 천재지변과 외척 중심의 정국 운영 등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있던 때였다. 왕은 충담사를 맞아들여 노래의 힘으로 민심을 수습하고자 했다.
그때 충담사가 지은 ‘안민가(安民歌)’의 염원은 1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더욱더 절실하다.
김정희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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