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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효과
전인식 시인, 칼럼니스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16일(수)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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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본질 자체를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라쇼몽 효과’라고 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현재의 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재구성하는 기억이라고도 한다. 라쇼몽 효과의 유래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에 찍은 영화 라쇼몽(羅生門)에서 비롯된 말이다. 같은 사실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영화이다. 라쇼몽 효과는 조직 생활에서도 잘 나타난다. 항상 남 탓하는 자는 남의 잘못만 보이고 공과를 탐하는 자는 자기의 공적만 기억한다. 주위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변질시켜 자기 공적으로 돌리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동일 사건에 대해서 여당과 야당이 시시각각 해석을 달리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가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라쇼몽 효과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라쇼몽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영화보다 먼저 원작인 아쿠타가 류노스케가 1915년에 쓴 소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쿄대 재학시절 제국 문학이라는 잡지에 처음 발표하였지만 당시에는 무명 작가였고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소설은 이후에 두 세 차례 수정을 거쳤는데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문에 있어 ‘하인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는 독자에게 해석을 맡기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작가는 주로 인간의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작품을 많이 썼는데 라쇼몽도 그중 하나이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생존을 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악의 정당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실존 앞에서 선과 악의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있다. 아쿠타가 류노스케는 35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 문학상은 일본 최고권위의 문학상으로 등단 10년 이내 신인작가에게 주는 최고의 상이다. 1935년 문예춘추사에서 제정된 이래로 지금까지 수여 횟수가 160호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아쿠타가와는 ‘문학 작품이란 작가와 독자가 함께 완성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독자의 몫을 꼭 남기는 편이다. 라쇼몽 효과라는 말의 등장은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에 나타났다. 영화를 살펴보면 제목은 ‘라쇼몽’으로 하고 있지만 아쿠타가 류노스케가 1922년에 발표한 소설 ‘덤불속으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두 단편을 적절하게 조합한 작품이다. 짧은 시나리오와 똑같은 이야기가 4회나 반복되다 보니, 거대 영화사에서 촬영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숲속에서 한 달 만에 촬영이 끝난 최저비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입체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사건을 여러 시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라쇼몽 효과’ 또는 ‘라쇼몽 기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적용될 때 ‘라쇼몽 현상’이라 한다. 이 용어들은 나중에 철학, 심리학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기억의 주관성에 관한 이론으로 정의된다. 영화는 1952년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비롯하여 국제 영화제에서 연달아 상을 받았다. 그리고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영화 100선과 역대 최고 영화 10선, 잊지 못할 명작 50선 등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이와 같이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라쇼몽은 여러 차례 다른 제목의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고 연극과 뮤지컬 등으로 많이 만들어져 공연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서구세계에 일본 영화를 알리게 되는 결정적인 작품이 되었고, 사람들이 일본 영화에 대해서 주목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평론가들은 2차 세계 대전에 패망한 일본의 허망한 제국주의와 실존주의적 알레고리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철학적 사유에다가 혁신적 플롯과 역동적 카메라 트레킹, 촬영기법과 미장센 등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모리스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를 도입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똑같은 멜로디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는 영화와 음악이 은근하게 닮아있다. 영화와 음악의 멋진 만남,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네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본 하나의 사건’이다.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다르게 진술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편견, 착각, 오해 그리고 기억의 왜곡과 편집들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객관적인 진실이란 존재하는가? 현상과 상황만 존재할 뿐, 실체적인 진실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영화에서처럼 우리들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쁜 인간으로, 착한척 하는 인간으로 각자 상황에 따라 정당화해가면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좀 더 나쁜 인간으로, 아니면 조금 덜 나쁜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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