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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는 약하고, 문협에는 콧대 센‘경주시 문화예술 행정’
정현걸 칼럼니스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1월 23일(월)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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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김동리, 박목월 선생은 경주가 낳은 한국 현대문학의 거봉이다. 소설과 시에서 양대산맥을 이루며 ‘한국문학의 종가(宗家)’인 경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자연스레 경주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목월 백일장’은 전국 백일장으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때 백일장 수상자에게 특전을 주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백일장이어서 고교생들에게 더욱 각광받고 있는 백일장이다. 개최 횟수가 53회로 반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해마다 봄이면 박목월 노래비(얼룩송아지)가 있는 황성공원에서 백일장이 열리는데 올해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700여명의 참가자(학생, 학부모, 인솔 교사 등)가 몰려왔고, 작년과 재작년에는 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개최가 취소됐지만, 유치환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청마백일장’도 40회에 이를 만큼 전국적인 백일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국 백일장 행사를 고작 4백 50만 원(목월), 4백만 원(청마)의 보조금으로 백일장 행사를 치른다는 점이다. 경주시를 대행해서 백일장을 개최하는 경주문인협회의 재정형편으로는 매년 적자여서 다른 데에 협찬을 받아 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얼마 전 필자는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백일장에 지급하는 경주시 보조금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경주의 ‘ㄱ신문’ ‘ㄷ신문’에 백일장 행사비로 2∼3천만 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년째 이렇게 집행했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고, 경주시의 문화예술 행정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데다 참가자 수도 5백 명에서 1천 명에 이르는 경주문인협회의 백일장 행사에는 고작 4백만 원 정도만 지급하고, 언론사의 백일장 행사에는 몇 천만 원의 행사비를 지원하다니. 정말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경주의 문인들이 너무 얌전해서 만만하게 보는 건지 언론사가 힘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태는 형평성 차원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부당한 처사이다. 경주의 문인들이 수년째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말로는 상향 조정한다고 해놓고 그대로이다. 이렇게 시 보조금이 언론에는 후하고, 문협에는 인색한 이유는 뭘까. 시 보조금 책정의 3박자인 경주시의 공무원, 경주시의회의 시의원, 보조금 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 모두 언론사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알기론,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의 문화예술 발전에 아주 적극적인 분이다. 그런데 그런 시장이 저간의 이런 사정들을 모르고 있다면 무관심이자 이율배반이고,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언론의 기사에 일희일비하는 정치인 시장이 아닌, 문화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경주의 어른’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게 경주시가 보조금 문제로 난처한 가운데 ‘경주시 보조금을 받는 단체장이 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ㄱ신문’ 의 기사가 나왔다.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은 온당하다.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건 왜일까.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는 시 보조금 퍼주기 논란의 대상이기도 한 ‘ㄱ신문’이다. 이런 기사를 쓴 게 혹여 라도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치밀어 오른다. 자고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 는 뜻의 경계 문구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경주시 공무원도, 경주시 시의원도, 심의위원도, 언론사도 모두 이 속담을 유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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