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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문제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1월 11일(수) 17:42
ⓒ 경북연합일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신의 존재는 경외와 호기심, 그리고 탐구의 대상이었다. 그것이 형상, 자연현상, 관념 등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든 간에 인간의 직관과 이해를 넘어서는 객체들은 숭배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었다. 그러나 신은 아직도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나타나서 자신의 실체를 증거한 바가 없다. 신현(神現)에 대한 보고는 가끔 있었으나 주장에 그쳤을 뿐 그것이 착각이나 사기, 또는 긍정적 단정 같은 것이 아니라고 할 만한 증인이나 물증이 없었기에 이 보고들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기적 또는 이적이라고 부르는 초자연적인 현상, 비정상적 상황은 신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 간주되기도 했으나 당시 사람들의 능력으로 설명이나 이해가 곤란했던 것에 불과하다는 증거가 속속 제기되면서 매력을 잃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전은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속속 규명했고 아직 남아있는 것들도 언젠가는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결국 기적이나 이적은 비록 연구나 추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지라도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채택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신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증명되지 않고, 문헌과 보고들도 증거로 채택되기에는 부족한데다가 신앙의 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증거가 도출되자 기독교계는 과거 폐기된 것들까지 끌어 모아 나름대로 이성적 논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신학자들과 철학자들은 한때 신의 존재를 규명하는 것을 임무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논리철학이 등장하면서 이런 유(類)의 논증은 모두 부정되고 말았다.
중세 때,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기독교신학을 결합해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고 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팬을 꺾어 버렸고, 이후에도 많은 신학자들이 갖은 방법과 비유를 들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으나 확실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였다. 근세에 들어와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임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론 비판>에서 “그동안 신에게 종속된 피조물로 규정되어 왔던 인간을 세상을 창조해 내는 주체로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면서 신의 존재는 ‘논증불능(論證不能)’이라 하여 철학에서 아예 제외시켜 버렸고, 실존주의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였고, 20세기 최대의 석학자로 손꼽히는 버트란트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이 세상 만물들은 다 원인이 있으며, 이 원인의 고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마침내 제1원인에 도달한다. 이 제1원인을 하나님이라고 부른다…모든 것에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 하나님도 원인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처럼 원인이 없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다면, 세계도 원인이 없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서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세계적 대문호 톨스토이는 한때 기독교에 심취하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복음적인 내용의 문학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다. 그러나 만년에는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진리의 길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어느 시골 조그만 역사에서 객사하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며 남긴 말은 “나는 진리를 사랑한다…많이…”였다. 톨스토이는 죽는 순간까지 진리 탐구에 대한 그의 열망을 잊지 않은 진정한 구도자라고 할 만하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 카레리나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금쪽같은 명언을 많이 남겼다. 그가 남긴 명언 중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신을 믿는 사람이다. 그 다음 행복한 사람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사람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신을 믿으라”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톨스토이 자신은 더 이상 신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자신이 믿던 신(하나님)을 버렸다고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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