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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뒤발, 검은 비너스일까 검은 뮤즈일까
전인식 칼럼니스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21일(수) 15:34
↑↑ 전인식(칼럼니스트)
ⓒ 경북연합일보
오로지 한 권이면 족했다. 세계 문학 사상 유례없이 오래도록 칭송되는 책 ‘악의 꽃’은 현대시의 원천이 되었다.
위대한 예술작품의 배후에는 영감을 제공한 뮤즈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테에게는 베아트리체, 빅토르 위고에게는 줄리에트 드루에 등등 이외에도 많은 뮤즈들이 존재하지만 프랑스의 천재시인 보들레르의 뮤즈인 잔 뒤발만큼 예상 밖의 인물도 없다.
보들레르는 명작을 남긴 위대한 시인으로 이름할지는 모르나 본인 스스로 저주받은 시인이라고 불렀을 만큼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제에서 환속한 62세 늙은 아버지와 34살 차이 나는 젊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6세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어머니가 바로 재혼을 하는 가족사에서 그의 우울과 비극은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집착과 여성 혐오 그리고 오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을 엿볼 수 있다.
인간 좀 되라고 보낸 인도여행이 풍랑을 만나 되돌아오게 된 그 이후부터 종잡을 수 없는 파행으로 질주한다.
만 21세, 법적으로 성인이 되자마자 선친의 유산을 달라고 떼를 써서 받은 돈으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다가 길거리 여자 잔 뒤발에 푹 빠져들고 만다.
그녀는 단역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3대째 창녀 집안인 길거리의 여자였다.
프랑스 식민지인 아이티 출신으로 검은 피부, 검은 모발을 가진 흑인 혼혈여성의 매력은 따로 있었을까,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에 매료되고 만다.
선친에게 유산으로 받은 돈으로 세느 강가에 저택을 구입하고 파티를 열고 예술가들을 초대하는 멋진 댄디즘의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돈의 절반 이상은 잔 뒤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2년 만에 거덜 나게 만든 잔 뒤발은 밀당의 고수였을까, 몸이 단 보들레르의 돈을 야금야금 빨아먹었던 흡혈귀였을까.
결국 보들레르를 금치산자로 만들어버린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사람이었다.
타락을 초래하게 하는 치명적인 독을 지닌 그녀의 매력은 무엇일까?
큰 키와 글래머러스한 몸매, 물결치는 검은 머리, 도톰한 입술, 붉은 입술을 가진 육감적인 여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다가 아닌 다른 어떤 치명적인 것이 존재했을 것이다.
보를레르의 친구 방빌에 의하면 그녀는 ‘신비롭고 고상한 이미지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야성적이면서 동물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라고 했다.
이 말에는 백인 우월주의가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암튼 그녀는 마녀적 매력이 존재했음이 분명하다.
숱한 남자들에게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먹는 밑바닥의 여자에게 순정을 기대했던 바보 사나이 보들레르는 그녀를 위해 집을 구해주고 다른 남자와 삼각 동거를 마다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병든 그녀를 위해 병원비와 간병인까지 구해주며 헌신적으로 노력을 했다.
그녀는 보통의 섹스파트너 이상이었다.
오로지 그녀만이 지옥의 쾌락을 맛보게 만드는 안내자였다.
보들레르의 여인으로는 잔 뒤발 외에도 아플로니 사바티에, 마리 도브렁도 있고 보들레르의 시에도 등장하지만 영향력이 잔 뒤발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보들레르가 그녀를 위해서 쓴 시의 제목들만 봐도 육체적으로 갈망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국적 향기’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는’ ‘춤추는 뱀’ ‘내가 깊은 곳에서 부르짖었다’ ‘흡혈귀’ ‘어느날 밤 나는’ ‘사후의 회한’ 등에서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통해 그녀를 노래했다.
검은 비너스 잔 뒤발의 모습은 보들레르가 직접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 몇 점과 화가 마네의 그림에서 엿볼 수가 있다.
시인들치고 보들레르의 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들레르는 현대 시의 선구자이자 모든 시인들의 스승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창녀를 사랑한, 길거리 여자를 사랑한 보들레르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보들레르에게 시를 쓰게끔 만들어 준 잔 뒤발, 그녀가 없었다면 시인 보들레르도, 악의 꽃도 탄생할 수없었다.
시를 탄생하게 만든 장본인인 그녀를 두고 보들레르는 ‘너는 내게 진흙탕을 주고 나는 그것으로 황금을 빚었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오 추악한 위대함이여, 숭고한 치욕이여’ 라고도 잔 뒤발을 표현했다.
보들레르의 유일한 위안이며 쾌락이고 친구였던 잔 뒤발은 정말 나쁜 여자였을까?
잔 뒤발은 육체적인 쾌락과 파멸로 이끈 악의 꽃이자 검은 비너스일까?
아니면 무한의 영감을 제공한 검은 뮤즈일까?
예술에는 선과 악의 구분은 따로 없는지도 모른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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