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멈출 수 없는‘비운의 경주 문화재’제자리 찾기
강병찬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14일(수) 18:56
|
|
|  | | | ⓒ 경북연합일보 | | 경주는 대한민국의 국보와 보물이 넘쳐나는 축복받은 곳, 반면 문화재가 가장 많은 시련을 겪은 비운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여건으로 인해 수많은 외침을 받아온 역사적 사실과 무관치 않다. 경주사람들은 ̒비운의 경주 문화재̓의 상징으로서 청와대 경내에 갇혀버린 ‘경주방형대좌석조여래좌상'(보물 1977호, 일명 청와대석불좌상)을 꼽는다. 불교계에서는 이 석불이 대한민국 1번지인 청와대 경내에 있으므로 괜찮다는 입장을 편다. 하지만 그 연유를 살펴보면 결단코 사리가 맞지 않는다. 이 석불은 일제 총독에게 뇌물로 진상돼 1912년께 경주를 떠났다. 그 총독은 악명높은 데라우치 초대 조선총독이다. 그는 이 석불을 총독관저에 두고서 조선 정복의 전리품으로 활용했다. 문화재의 약탈과 강제 점유는 침략국이 대상국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지배하게 됐다는 것을 과시하는 행위이다. 그 총독관저가 경무대가 됐다가 현재의 청와대가 됐다. 해방된 국가는 과거 침략국이 벌여온 불법한 일들을 되돌려 놓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일제가 패망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됐는데도 그 석불은 여전히 억류 상태에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일제 총독부를 계승한다는 의미로도 비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관리 주체가 우리 정부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최근 경주시(주낙영 시장)가 청와대 석불좌상의 출토지로 확인된 ‘이거사지’를 확보해 사적지 지정을 추진하고, 청와대 석불의 경주귀환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경주시의회(서호대 시의장)도 이거사지 매입비 11억원과 발굴비 3억원의 예산을 승인해 둔 상태다. 청와대 석불과 비견되는 ̒비운의 경주 문화재̓가 하나 더 있다. 경주 남산 삼릉곡에서 약탈당한 석조약사여래좌상이다.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본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세계 5대 박물관에 든다는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는 불교조각실이 있다. 그 전시실에 들어서면, 높이가 3.32m에 달하는 이 석조약사여래좌상이 한 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마치 석굴암 석불이 나들이를 나온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석불은 배경인 광배가 가릴 정도의 건장한 신체, 연화좌대 위에 단정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 서로 대조를 이룬다. 또 정적이고 단정한 불신(佛身)과 달리 화려하게 조각된 광배와 대좌, 전면과 측면의 색다른 모습 등은 석굴암 이후 통일신라기에 펼쳐졌던 불교조각의 새로운 면모를 엿보게 한다.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맺고, 왼손에 작은 약합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불이다. 언뜻 보기에는 우리 정부가 이 석불에 대해 무엇보다도 대접을 잘해주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일제 총독부가 1915년 경주 남산에서 이 석불을 무단으로 약탈해 서울로 옮겨갔고, 1945년 우리가 해방을 이뤘으나, 그 후 75년이 흘렀어도 이 석불은 제자리로 옮겨놓기는커녕 국가로부터 문화재 지정조차 받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문화재청이 이 석불에 대한 평가와 지정을 왜 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당시 이 석불과 같이 옮겨졌던 경주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석조아미타여래입상이 같은 방에 보관 전시되면서 나란히 국보 81호와 82호로 지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경주 문화재에 대해 얼마나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가 된다. 이제는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의 재평가와 국가지정을 해야 할 때다. 그 이후 이 석불도 경주로 옮겨와야 한다. 이 석불이 원래 있었던 곳은 경주 남산 삼릉곡 입구의 솔숲을 지나 1㎞ 남짓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삼릉곡 바위 사이이다.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의 김윤근 대표는 “아무리 국유라고 하지만, 일제 총독부가 함부로 옮겨간 문화재를 국가 차원에서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재에 대한 조사와 분석 및 목록화를 서두르고, 제대로 된 평가와 제자리모시기를 해야 한다. 참됨은 결코 허망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운의 경주 문화재를 제자리에 옮기고자 하는 경주 문화인들의 염원은 시간이 걸릴 뿐으로 반드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참되고 정당한 일이 분명하다.
|
|
|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최신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