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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사랑’을 노래한 ‘모죽지랑가’의 추억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9월 16일(수)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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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다북쑥 소복했던 봄날에 경주시 건천읍에서 열렸던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기념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예년에는 건천초등학교 체육관에 수백명의 사람들을 초대해 강연회와 전시회를 열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국문학과 교수 등이 신라향가와 관련된 강연을 했고, 이를 토대로 역사문화콘텐츠를 구축하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기억된다. 전시물들은 신라향가를 그림과 글로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삼국유사에서 전해준 화랑들이 수련하고 활동하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했다. 산악을 배경으로 기백이 넘치는 화랑의 결투를 그린 그림의 분위기는 신비감을 자아냈다. 실내행사가 끝나고 나면,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공동 식탁에서 같이 음식을 나눴다. 그사이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화랑과 향가와 관련된 다채로운 공연이 줄을 이었다. 시낭송부터 악기, 노래, 연극 등이 펼쳐졌다. 공연에서는‘모죽지랑가’라는 주제에 따라 소재들을 활용했기에 이채로움이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공연을 감상했을 것이다. 참여한 사람 중에서는 모죽지랑가의 배경인 부산성까지 답사를 떠나기도 했다. 부산성은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에 있다. 신라시대 서쪽의 적을 방어하느라 석축으로 둘러싼 천연요새이다. 사적 제25호인 부산성은 둘레가 4,977m에 이르며, 주사산성이라고도 한다. 주사산·오봉산·오로봉산·닭벼슬산이라고도 불리는 부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세 줄기의 골짜기를 따라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석축성이다. 높이 700m 정도의 오봉산 정상을 중심으로 골짜기를 둘러싼 부산성은 삼국사기와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663년(문무왕 3) 정월에 축조됐다. 산성 안에는 연못 2개, 개천 4개, 우물 9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에도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연못이 산성터 안에 있다. 그렇다면 모죽지랑가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토록 뜻깊은 행사를 매년 가지는가? <慕竹旨郞歌, 향가 원문> 去隱春皆理米/毛冬居叱沙哭屋尸以憂音/阿冬音乃叱好支賜烏隱/貌史年數就音墮支行齊/目煙廻於尸七史伊衣/逢烏支惡知乎下是/郞也慕理尸心未行乎尸道尸/蓬次叱巷中宿尸夜音有叱下是. <모죽지랑가, 이임수 현대어 번역> 간봄 다이매(가는 봄이 다함에)/모든 것이야 울 이 슬픔/아름다운 얼굴 좋으신(아름다움 나타내신)/모습이 세월감에 허물어지는 구나/눈 돌릴 사이에(때)/만나보기를(어찌) 이루리/낭이여, 그리워하는 마음의 갈 길/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 있으리. 모죽지랑가는 신라 효소왕(孝昭王, 재위 서기 692 ~ 702년)대에 화랑 득오(得烏, 득오실, 득오곡)가 지었다. 모죽지랑가의 대상 인물인 죽지랑은 낭도를 거친 후에 승려가 됐다. 죽지랑은 삼국통일을 완성한 김유신의 부장수였다. 죽지랑은 젊은 화랑들과 자연스럽게 같이 생활을 하면서 삶의 기본 원리를 실천하며 존경을 받았다. 죽지랑의 휘하에 소속된 득오라는 젊은 화랑이 인사도 못할 정도로 갑작스레 부산성의 창고지기로 차출돼 가자 그를 면회하고 휴가를 얻어준 일이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향가는 죽지랑이 사망하자 득오가 그를 추모한 노래다. 8구체 향가로 향찰로 된 모죽지랑가 원문이 삼국유사에 전한다. 득오는 죽지랑의 뛰어난 인격을 사모했다. 죽지랑이 죽자 이 노래를 불러 그를 기렸다. 죽지랑을 사모하는 정과 죽지랑을 그리워하며 인생의 무상을 느끼는 서정이 잘 나타나 있다. 주술성이나 종교적 색채가 보이지 않는 순수한 서정시이다. 모죽지랑가는 배경설화도 삼국유사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신라시대의 지명, 관직과 군직, 정치와 종교의 역학관계, 형벌 및 세제 등을 연구하기에 유익한 향가와 설화다. 그러나 모죽지랑가가 더욱 소중한 점은 향가 속에 우리 민족 정서의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모죽지랑가는 태풍이 몰아치고 태산이 무너져도 변치 않는 한국 남자의 의리와 사랑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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