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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시대 종교인의 자세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8월 25일(화)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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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의 국제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 종교가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끝없는 테러와 보복, 중동 여러 나라에서의 무력 충돌과 정변,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연 된 이슬람교도의 피로써 피를 씻는 싸움, 그리고 성전(聖戰)이란 이름하에 이라크 등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탄 테러,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소속인 빈 라덴에 의한 미국 쌍둥이 빌딩 폭파 등은 심각하다는 차원을 넘어 이 지구를 온통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배후에 감추어져 있는 종교라고 하는 존재를 빼고서는 국제정치가 흘러가는 방향을 도무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불교와 기독교가 비등한 교세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대로 평화적 공존을 해 왔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사회도 결코 종교적 갈등의 안전지대가 안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일부 사이비 종교인들에 의해 국조 단군상의 목이 잘려 나가는가 하면, 해마다 수십 건의 사찰 방화사건·불상 훼손 사건이 발생하는 등 종교 간에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종교 간의 갈등은 자칫 잘못하면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나 언론에서는 이슈화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으려고만 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폐쇄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종교(多宗敎) 시대에 살고 있다. 바이블벨트에 있는 휴스턴에도 이슬람 모스크가 있고, 이슬람의 나라 파키스탄에도 교회가 세워져 있다. 보스턴에도 캄보디아 불교가 있고, 모스크바에도 힌두교인, 런던에도 시크교인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심지어 가족 구성원간에도 종교를 달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종교현상(多宗敎現象)’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다종교(多宗敎) 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공존의 원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는 인간의 감정과 의지를 지배하는 신념체계이기 때문에 자기가 믿는 종교가 외부로부터 침해를 받으면 그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이 다 종교 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공존의 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만이 참 진리라고 확신한 나머지 남의 종교를 폄하하거나 멸시한다면 공존의 원리가 깨어지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마련이다. 내가 믿고 있는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 종교 간의 우열을 논한다든가, 내가 믿고 있는 종교만이 참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미신이란 주장은 갈등만 조장 할 뿐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B.C 3세기경, 이러한 이해와 관용의 고귀한 모범을 따랐던 인도의 위대한 불교 황제 아쇼카는 그의 광대한 제국 내의 모든 종교들을 존중하고 후원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비석의 칙령에서 황제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자신의 종교만을 존중하고 다른 종교를 비난하지 마라. 여러 가지 이유로 하여 다른 이의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종교를 성장시킬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이의 종교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행동이 그와 같지 않으면 자신의 종교의 무덤을 파는 것이며 또한 다른 이의 종교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만을 내세우고 타인의 종교를 비난하는 사람은 누구나 ‘나는 내 종교를 찬양하리라’고 생각하면서 그와 같이 행동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한 행동은 자신의 종교에 중대한 해를 미치게 한다. 그러므로 화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다른 종교의 교의에도 귀 기울이도록 하라.” 이러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은 처음부터 불교문화의 가장 소중한 이념이었다. 불교가 2500여 년에 걸친 포교의 과정에서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았고 어떠한 박해의 사례도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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