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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종교 小考(2)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29일(수) 17:17
ⓒ 경북연합일보
이런 신본주의 입장에 반대되는 노선을 취하는 종교[사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는 먼저 소위 무신론(無神論)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무신론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대표적인 것은 유물론적 무신론일 것이다.
 이런 사상에 입각해 있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이므로, 우리들은 비교적 그 이론에 생소한 편은 아니거니와, 동서를 막론하고 이런 사상은 고대부터 있었음이 사실이었다.
 인도의 경우 그 좋은 전형은 아지타(Agita)가 주장한 유물론일 것이다.
 그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네 원소만이 진실한 실재며, 독립상주(獨立常住)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런 입장에 서는 한, 신 같은 것이 인정될 수 없음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근대의 유물론적 무신론도 결국은 이런 사고형(思考型)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인격신 대신 우주 창조의 어떤 원리를 인정하는 입장이 있어 왔다.
 다신교이던 인도의 재래종교는 우파니샤드(Upanisad)에 오자 만물생성(萬物生成)의 원리로서 브라흐만(brahman)을 생각했고, 고대 중국인들은 같은 원리로서 천(天)을 인정한 따위가 그것이다.
 인격적 원리에도 생각이 미쳐서, 인도인은 아트만, 중국인은 성(性)이라는 것을 설정하기도 했다.
 자아·영혼의 뜻이던 아트만은,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체(本體)' '만물에 내재(內在)하는 영묘한 힘' 을 의미하는 술어가 됨으로써 절대시되고, 드디어 아트만은 브라흐만 자체라는 주장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현상계의 밑바닥에는 그 잡다한 것을 통일하고 지배하는 유일자(唯一者)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던 것이니 이 브라흐만(Brahman), 즉 범천(梵天)이라는 신으로서 숭배되기에 이른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같이 인도의 그것이 다신교에서 출발해 결국은 유일신론으로 돌아간 데 대해, 중국의 천(天)은 길이 천지를 지배하는 원리로서 남은 데 그 특징이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천을 인격화한 신앙, 이를테면 도교의 옥황상제(玉皇上帝)숭배 같은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고도한 신앙에까지 승화되지를 못하고 민속신앙의 영역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었던 점에서, 천을 원리로서 파악해 그 특유의 교학을 전개시켜 간 유교와 대결할 위치에 서 본 적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유교에서는 천에서 받은 것이 우리 인간의 성(性)인 바, 이 성을 따르는 것이 도(道)라고 했다(中庸).
 이리해 천은 도덕의 근거가 될 수 있었으나, 항상 거기에 머물렀을 뿐 인격화되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도의 브라흐만이 처음부터 종교적 요구에서 모색된 결과인데 비해, 중국의 천(天)은 어디까지나 도덕론적 요청에서 생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처님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던가?
 부처님 당시 인도 사람들은 인도 전통종교인 바라문교를 많이 신봉하고 있었다.
 바라문교에서는 이 세상은 브라흐만(梵天)이란 신이 창조했으므로, 그 신에게 많은 재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면 살아서는 소원을 성취하고 죽어서는 천상세계에 태어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러한 신본주의 종교를 정면으로 배격하시고, 인간이 바로 만유의 주체임을 주창하셨다.
 부처님께서 "하늘 위 하늘 아래 스스로가 가장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라고 하신 말씀은 불교가 신을 믿는 종교와 어떻게 다른 다른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써, 이는 바로 신으로부터 '인간해방' 을 의미하며, 아울러 인간은 누구나 부처님과 똑같은 존엄성과 가치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간선언' 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본주의 사상은 서양에서는 18세기 후반에 와서 루소·로크 등, 계몽사상가들이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을 제창한 이후 수세기 동안 시민계급들이 교황권 또는 전제군주와 피 흘리며 싸워서 비로소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2600년 전에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부르짖는 인권이나 평등사상보다 더 철저한 인간의 평등과 일체 생명의 존엄성을 주창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중아함 가마니경』 에서 불교가 신본주의 종교와 불교가 어떻게 다른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가마니란 청년이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여쭈었다.
 "부처님, 바라문은 마음대로 죽은 이를 천상에 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원컨대 법의 주인이신 부처님께서도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거든 천상에 태어나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가마니, 깊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어떤 사람이 거기에 크고 무거운 돌을 던져 넣었다 하자. 마을 사람들이 연못가에 모여서 '돌아 떠올라라' 하고 축원을 했다. 그 크고 무거운 돌이 축원을 했다고 해서 그들의 소원대로 떠오를 수 있겠느냐?"
 "그럴 수는 없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연못에 빈병을 던져 넣었다 하자. 마을 사람들이 연 못가에 모여서 '돌아! 가라 앉아라'하고 축원을 했다. 빈병이 축원을 했다고 해서 그들의 소원대로 가라앉을 수 있겠느냐?"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이 선업을 지은 사람은 그 기운(정신)이 맑아서 스스로 천상세계에 태어나고 악업을 지은 사람은 그 기운이 탁해 나쁜 세상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는 어떤 신이 있어서 그 신이 인간의 길흉화복이나 내세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빈병은 물 위에 뜨는 것처럼, 인과의 원리(因果原理)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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