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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의 페스트와 코로나 사태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28일(화) 16:52
ⓒ 경북연합일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 사태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1947년 알베르 카뮈(Albert Camus,1913~1960)는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주제로 한 소설을 발표했다. 작가는 재앙이라는 비극적이고 집단적인 운명에 마주한 인간들이 죽음밖에 없는 상황에서 함께 질병에 대항하며 싸우는 '인간과 의지' 라는 주제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페스트>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알제리의 해안 소도시 오랑에 몰아닥친 페스트(흑사병)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고립되고 폐허가 된 도시 안에서 암흑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통해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줄거리를 보자면, 알제리의 작은 해안 도시인 오랑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쥐들이 대량으로 발견되기 시작할 무렵, 의사인 리외는 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산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낸다.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의문의 병으로 죽은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는데, 이 병은 온대 지방에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전염병, 페스트였다.
 도청의 지시로 페스트 사태가 선포되고 도시가 봉쇄되자 리외는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었고, 기자인 랑베르도 뜻하지 않게 오랑에 갇히고 말았다. 여러 가지 헛소문이 돌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리외는 페스트를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기 시작한다. 여행객인 타루, 파늘루 신부, 시청 직원 그랑 등 리외 주변의 여러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페스트 사태에 맞선다. 이들은 혈청을 개발하고 보건대를 조직해 방역에 힘쓰는 등 페스트를 몰아내려 애쓴다.
 10개월이 흐르는 동안 페스트의 기세도 약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타루는 결국 페스트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리외는 요양원에 있던 아내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게 된다. 도시의 봉쇄가 풀리고 랑베르는 마침내 오랑으로 자신을 찾아온 연인을 만나지만, 그를 비롯해 오랑의 사람들은 페스트가 자신의 삶에 남긴 상흔을 절감한다.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닌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21세기 최대의 시련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페스트>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페스트>의 등장인물도 코로나19 정국을 대하는 인간 군상들과 비슷하다. <페스트>에서 폐쇄되었던 도시에서 사람들이 처음 겪은 것은 가족 또는 연인과의 생이별, 그 다음은 귀양살이를 하는 듯한 옛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었으나, 가장 무서운 것은 점차 페스트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음은 내 차례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였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 코로나 발병 시의 우왕좌왕하던 모습, 제대로 살 수 없었던 마스크 대란, 초기대응실패 논란부터 기초재난자금 지급까지 정쟁 중인 정치권, 이단 종교인 신천지에서의 집단 감염,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의 마스크 사재기까지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는 등 부작용이 엄청 심각했다. 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반하는 일부 교회의 예배 강행, 유흥업소 개장으로 인한 집단 감염, 자가격리자 들의 양심없는 탈출 등은 사회적 연대와는 거리가 먼 극히 이기적인 인간상을 보여줬다.
 물론 감동적인 소식도 없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집중된 대구 경북 지역으로 달려간 의사·간호사 자원 봉사자, 목숨을 걸고 치료하는 의료진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페스트와 싸워온 의사 리외같은 사람들이다.
 코로나19와 맞닥뜨린 우리 사회와 페스트에서 만났던 다양한 인물 군상들과 겹쳐지는 것은 모순투성이의 부조리로 채워진 인간의 실존을 작품 주제로 글을 썼던 까뮈가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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