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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사람
이은서 치유글쓰기센터소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07일(목)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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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그날은 야외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주소지를 찍고 귀를 쫑긋 세우고 오늘은 진짜 제대로 찾아가야지, 하는 출발과는 다르게 내차는 전혀 다른 곳으로 달리고 있었다. 직진을 해야하는데 잘 못 알아들어 차선 변경을 놓쳤다. 하는 수없이 신경주역 입구에서 뉴턴을 해서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늦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불안하기 시작했다. 초행길이고 산 쪽으로 가는 길이어서 더욱 더 시간이 지체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네비의 안내에 길들여지지 못한 내 귀가 문제였다. 목적지에 가까울수록 아카시아향기가 코를 찔렀다. 오월의 한적한 시골길은 초록빛의 축제같았다. 주변의 풍경에 취해 달리면서도 내내 이 길이 맞나?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는 있는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무엇보다 길치인 내가 나를 못 믿기 때문에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20분 정도만 더 가면 수업 장소에 도착한다고 알려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시며 앞을 보니 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아니나 다를까. 막다른 외길에 들어섰다. 아까보다 마음이 더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딱 중간지점 쯤에 갔을 때였다. 갑자기 산타페 한 대가 왼편 골목길에서 머리를 쑥 내밀더니 내 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이 외나무 길에서 가당치도 않는 속도를 내며 순식간에 내 코앞에 다달은 그 앞에서 나는 숨이 막혔다. 내 차 외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는데 겨우겨우 그 좁은 길을 외줄을 타듯이 반쯤 무사히 지나가고 있는데…아슬아슬하게 거의 기다시피 건너가는 중이었는데 하필, 왜 하필이면 그 시간에 이런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치다니. 당황하여 손이 떨렸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후진을 잘 못한다. 특히 이렇게 좁은 길은 더욱 겁이 나서 잘 못한다. 사실은 주차도 마찬가지다. 협소한 장소에 주차를 잘 못해서 난감한 적이 많은데 그때 누가 나를 향해. 소릴 질렀다면 그나마 더 못하게 되어버린다. 당황하면 하얗게 질리어 머리가 텅 비어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서 심하면 마비증세가 올 수도 있다. 오른 편은 산을 낀 또랑이었고, 왼편은 시골 담벼락, 자칫하면 나는 낭떠러지에 아님 남의 담벼락을 들이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순간 내가 아이였다면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남을 처지에 놓였다. 딱 울고픈 심정이었는데 마주한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크략숀을 사정없이 눌러댔다. 나는 하는 수없이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맞은 편 차 앞으로 다가가서 정중하게 절을 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굽신거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저기요…죄송한데 제가 운전이 서툴러서 빽을 잘 못해서 그런데요. 정말 죄송한데 아저씨가 뒤로 좀 가 주시면 안될까요? 그가 왈, 아, 진짜요? 진짜 맞아요? 그 찰나의 순간,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진작 말을 하지, 못 믿겠지만 진짜 그렇다면 내가 기꺼이 후진은 이렇게 하는거다 "아그야, 잘 봐라, 잉?"하고 말하듯이 다시한번 나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진짜 몇 초 만에 쭉쭉, 어쩌면 그렇게 시원하게 뒤로 잘 물러날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차는 일순간 그것도 단숨에 내 앞길을 속이 뻥 뚫리도록 비켜주는 것이었다. 멋있는 산타페, 산타페의 운전대를 잡은 그 남자는 더욱 더 멋진 남자였다. 나는 덜덜, 겨우 그 멋진 차 옆을 스치며 몇 번인가 거듭 목례를 했다. 속으로는 '감사합니다'란 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사라지고 없었는데 와락, 안기는 이 청보리밭 물결은 뭐지? 설레임, 내가 못하는 것을 타인이 잘 해낼 때 나는 그 사람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자주하는 편이다. 후진을 잘하는 그 남자.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다. 아직 이 세상에는 멋진 사람이 더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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