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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뮈의 페스트와 코로나 사태
정석준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06일(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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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물질문명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 극복하기 어려운 삶, 죽음 절망과 좌절의 문제 앞에서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던진 실존주의의 대표 철학자 알베르 카뮈 가 쓴 소설 <페스트>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알제리의 해안 소도시 오랑에 몰아닥친 페스트(흑사병)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고립되고 폐허가 된 도시 안에서 암흑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통해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줄거리를 보자면, 알제리의 작은 해안 도시인 오랑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쥐들이 대량으로 발견되기 시작할 무렵, 의사인 리외는 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산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낸다.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의문의 병으로 죽은 사망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는데, 이 병은 온대 지방에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전염병, 페스트였다. 도청의 지시로 페스트 사태가 선포되고 도시가 봉쇄되자 리외는 아내와 연락이 두절됐고, 기자인 랑베르도 뜻하지 않게 오랑에 갇히고 말았다. 여러 가지 헛소문이 돌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리외는 페스트를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기 시작한다. 여행객인 타루, 파늘루 신부, 시청 직원 그랑 등 리외 주변의 여러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페스트 사태에 맞선다. 이들은 혈청을 개발하고 보건대를 조직해 방역에 힘쓰는 등 페스트를 몰아내려 애쓴다. 10개월이 흐르는 동안 페스트의 기세도 약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타루는 결국 페스트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리외는 요양원에 있던 아내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게 된다. 도시의 봉쇄가 풀리고 랑베르는 마침내 오랑으로 자신을 찾아온 연인을 만나지만, 그를 비롯해 오랑의 사람들은 페스트가 자신의 삶에 남긴 상흔을 절감한다.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 들은 죽음 앞에서 각각의 극명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특집기사를 쓸 요량으로 취재 차 오랑에 왔다가 졸지에 파리에 거주하는 부인과 이별을 겪게 되는 기자 랑베르는 도시폐쇄 초기에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탈출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삶과 죽음의 실존 앞에 팽개쳐진 오랑 사람들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도시에 남아 의사 리외를 도와 보건대 활동을 하다가 후에 부인과 행복한 재회를 하게 되는 정의의 인물로 묘사된다. 두 번째, 소설의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함께 페스트가 창궐한 오랑에서 보건대를 조직하여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돌보며 도시를 정화시켰던 부유한 검찰의 아들이었던 타루, 자상한 아버지가 법정에서는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사형구형을 하는 것을 보면서 판사의 꿈을 접고 가출한 그는 폐쇄된 오랑의 한복판에서 성인의 삶을 꿈꾸며 헌신하던 중 결국 페스트가 고개를 숙이고 퇴각하는 시점에 페스트의 희생자가 된다. 세 번째, 전염병의 창궐은 하나님의 진노이자 심판이기에 회개만이 재앙에서 건져질 유일한 길이라고 자신있게 정죄하고 그것을 진리라고 외쳤던 신부 파늘루는 오랑시의 오통 판사 아들인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현장에서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진정한 목회자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네 번째, 오랑에 닥친 재앙이 개인에게는 기쁨과 활력의 계기가 된 사람도 있었다. 범죄자 코타르는 예상치 못한 페스트로 사법권이 정지되고 체포가 유예된 도시에서 유일하게 즐기며 삶의 생기를 누리며 산다. 그에게는 도시의 재건과 페스트의 극복이 달갑지도 기쁘지도 않은 일이었다. 다섯 째, 가난 때문에 사랑했던 아내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평생 한을 품고 살아가는 오랑시의 비정규직 하급관리 그랑은 페스트라는 재앙에서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페스트에 걸렸지만 회복되는 기적의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닌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21세기 최대의 시련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등장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페스트>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페스트>의 등장인물도 코로나19 정국을 대하는 인간 군상들과 비슷하다. 페스트에서 폐쇄됐던 도시에서 사람들이 처음 겪은 것은 가족 또는 연인과의 생이별, 그 다음은 귀양살이를 하는 듯한 옛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었으나, 가장 무서운 것은 점차 페스트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였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닥뜨린 우리 사회와 페스트에서 만났던 다양한 인물 군상들과 겹쳐지는 것은, 모순투성이의 부조리로 채워진 인간의 실존을 작품 주제로 글을 썼던 까뮈가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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