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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이은서 치유글쓰기센터 소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3월 05일(목)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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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그녀의 눈은 까맣다. 그 새까만 눈알만 굴리며 난간 위에 앉아있었다. 외투를 입은 채로 그녀에게 사료봉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쳐 보였다. 그녀의 눈은 마치 새까만 머루 같아서 하마터면 머루야, 하고 부를 뻔했다. 그녀는 말을 못하니 늘 까만 단추 같은 눈알을 굴리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사료봉지를 들고 있다고 해서 가까이 올 리가 만무하다. 딱 그만큼 절대로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한다. 자로 재듯이 내가 앞으로 다가간 만큼 뒤로 물러나고 내가 뒤로 물러나면 딱 그만큼만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내게 처음 눈에 띈 날은 어둠이 반쯤 깔리는 저녁이었다. 익숙한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담벼락 사이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가니 순식간에 벽돌 구멍 속으로 몸을 감춰버렸다. 새끼 고양이었다. 어미가 돌보지 못한 새끼고양이를 보는 것이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으니까. 다음날부터 나는 괜히 신경이 쓰여 오가며 먹다 남은 삶은 계란, 소시지 한 토막을 벽돌 위에 올려두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었다. 새끼 고양이가 내 집에 들어오기까지 족히 몇 달은 걸린 것 같다. 그때, 내가 담벼락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아서도 음식 나부랭이를 부지런히 갖다 나르지 않았어도 그녀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내가 자처한 초대가 돼 버렸다. 사료가 떨어지는 날이면 잠깐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만두 한 봉지보다 두 배로 비싼 사료를 살 때 마다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전자레인지에 만두 몇 개를 해동시켰다. 청양고추를 한 개 썰어 넣은 간장 종지 속 고춧가루를 풀며 유통기한을 한참 넘긴 만두봉지를 들여다봤다. 만두는 저들끼리 단단히 붙어 있어서 바닥에 내리치니 겨우 떨어졌다. 차가운 것들은 가끔 너무 단단해서 부수기가 녹록치 않았다. 귀퉁이가 깨진 것들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따스한 불빛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만두가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은 동화 속에서나 본 듯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맛있는 냄새를 감지했는지 길고 가느다란 수염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이쯤 되면 만두가 충분히 녹았다고 생각했다. 만두를 꺼내놓고 저만치 구경하고 있는 고양이를 봤다. 늘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앉아서 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뜨거운 만두를 간장에 콕 찍어서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예상대로 만두는 충분히 뜨거웠고 향기로웠다. 그런데 한 잎 베어 무는 순간, 아직 채 녹지 않은 만두소. 서걱거리며 차가웠다. 밖은 뜨거운데 안은 여전히 차가운 만두소. 나는 다시 만두를 더 녹여야겠기에 렌지에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따스한 불빛 안에서 만두는 언 몸을 녹이는 중이었고 그녀와 나는 그것이 완전히 녹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나는 렌지 앞에서 그녀는 저 쯤 현관의 왼 편 난간 위에서. 그녀가 여전히 내게 곁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을 버린 옛 주인에 대한 차가운 기억 때문일까. 고양이에게 속내를 물어볼 수도 없고 도무지 모를 그녀의 마음, 그것은 내가 충분히 녹였다고 생각했는데 만두소까지 열기가 가닿지 않은 것처럼 나는 충분히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아직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며 그녀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언젠가는 그녀가 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한 걸음 더 바짝 내 곁에 다가올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말똥말똥 거리를 두고 쳐다보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더 가까이 다가와 같이 먹어보자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뜨거운 만두를 꺼냈다. 그녀가 살짝 움직이며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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