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주시민이 '산업부와 한수원'을 규탄해야 하는 이유(Ⅰ)
정현걸 칼럼니스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3월 02일(월) 16:53
|
|
 |  | | | ⓒ 경북연합일보 | 2005년 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은 19년간 표류하던 국책사업인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을 조속히 확정 짓기 위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방폐장특별법)을 제정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방폐장 특별지원금 3천억 원,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연구센터 건립,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방폐물반입수수료, 수조 원에 이르는 특별사업비 지원 등의 굵직굵직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여기에 당근을 또 추가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분야 본사'를 위시해 한국정수(주), 한전기공, 코센, 한전KDN, 한전전력기술 등 주요 6개 협력업체와 100여 개 연관기업, 원자력교육원과 방사선보건연구원 분원, 방사선 활용 실증단지 등의 3개 공공기관>의 이전 약속도 덧붙였다. 그러자 경주, 군산, 영덕, 포항 4개 도시에서 유치를 신청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89.5%라는 경이적인 찬성률로 방폐장 유치지역이 됐다. 정부와 한수원이 위에서처럼 특단의 당근책을 제시한 이유가 있다. 안면도 사태(1991년, 안면도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 시위)와 굴업도 사태(1994년, 굴업도 핵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 시위)에다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진 부안사태(2003년 7월, 위도의 방폐장 유치 문제를 놓고 벌어진 준전시상태에 버금가던 시위)를 겪으면서 보상책이 있어야 님비현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수분처럼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보물덩어리로 여기며 '신라 천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삼국을 통일한 신라 천 년의 수도'라는 자긍심마저 내팽개치고 '위험·혐오·기피시설'인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의 실상은 지금 어떠한가. 방폐장 유치지역인 양북면 장항리에 '한수원 본사'만 달랑 들어서 있어 '한수사(寺)'라는 자조적인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는 데다 당초 20만 평의 부지를 조성한다고 해놓고 정작 4만7천 평 정도의 부지에 본사를 짓는 바람에 건물도 협소하고 주차장 난에 시달리는 한심한 지경인 게 작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 '방폐장특별법'은 2005년 3월에 제정·시행됐고 '혁신도시특별법'은 2007년 2월에 제정·시행됐다. 특별법 시행의 우선순위에서도 경주가 마땅히 먼저다. 그럼에도 이웃해 있는 울산광역시 중구의 우정혁신도시에는 경주와 영판 다르게 공공기관과 에너지 기업들이 늘비하게 들어서 있다.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석유공사,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등의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제 '울산 중구는 에너지혁신도시'로 변모됐고, 앞으로 계속해서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들어온다고 한다. 국책사업의 중대성으로 보나, 특별법의 제정·시행 연도로 보나 당연히 경주가 우선권이 있음에도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는, 산업부와 한수원이 경주시민을 업신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동경주를 비롯한 경주시 일원에 들어서야 할 공공기관과 에너지 기업들이 경주시민들의 방치와 무관심으로 엉뚱한 곳에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함께, 정부와 한수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경주시민들이 줄기차게 요청했는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한 사항들을 15년이 지난 아직도 제대로 이행한 게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웃의 울산은 저렇게 혁신도시 조성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는지 부럽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것이 경주시민 모두가 나서서 산업부와 한수원을 규탄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
|
|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최신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