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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어머니 곰인가 호랑이인가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1월 28일(화)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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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1. 뱀과 곰을 섬긴 인류 인류가 최초로 신으로 모신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그 대상을 신으로 섬겼을까. 쉬운 질문인가? 아니면 좀 어려운 질문인가? 인류가 처음으로 신으로 대접한 것은 다름 아닌 동물이었다. 동물 중에서도 뱀과 곰이 가장 먼저 신으로 대접받았다. 지금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알고 지구 생물 중에서 스스로를 최고의 존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를 지나는 과정, 그리고 신석기, 청동기를 거치는 과정까지도 인류는 뱀과 곰을 최고의 신으로 섬겼다. 왜 인류가 성숙하는 단계에 그들을 신으로 섬겼을까. 궁금하다. 가장 앞선 이유 중 하나는 생존능력과 관련 있다. 뱀과 곰은 둘 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생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따스한 햇볕이 더해가는 봄이면 이 세상에 나와서 천지 자연이 농사지은 과실과 동물을 먹으며 잘 살다가 볕이 줄어드는 늦가을이 되면 지하세계, 곧 저승으로 갔다. 인간은 그렇게 순환 재생하면서 살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부러웠다. 당시 인류의 눈에는 분명 그들이 인류보다 더 낳은 생존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부럽고 두려운 존재였다. 두 동물은 개별적으로 재생하면서 생존하는 능력을 가졌을 뿐 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해 가는 데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먹고 살던 당시 인류에게 숲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뱀과 곰이었다. 뱀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 뱀이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 뱀이 가지고 있는 능력, 죽일 수 있는 능력은 곧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뱀을 경배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게 빌게 됐던 것이다. 곰은 어떤가. 숲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숲의 왕이었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숲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곰에게 투사해 그 곰을 숲의 왕으로 섬겼다. 그에 더해 숲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인 곰은 자신들의 생존에 엄청나게 중요한 단백질 제공자로서 사냥 대상이기도 했다. 곰을 잡을 때의 심리적 갈등, 숲의 지배자를 죽여야만 하는 두려움, 죽은 곰의 영혼이 혹시나 자신들을 공격해서 죽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런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곰을 숭배하게 됐고, 곰을 잡으면서도 정성스런 예의를 다했던 것이다. 그러한 습성이 곰 의례로 발생해서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런 과정에 곰 토템이 발생했고, 곰과의 동족의식이 발생했다. 곰과 사람은 둘이 아니고 하나였다. 사람이 죽어 곰이 되고, 곰은 죽어 사람이 되기도 했다. 사람은 죽으면 곰이 지배하는 숲으로가 곰으로 환생했다.
2. 곰 토템족 웅녀 그런 의식을 가진 한 무리 중에 우리 조상이 있었다. 바로 단군신화의 웅녀족이다. 그들을 곰 토템족으로 보는 시각은 이제 일반화됐다.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를 보면 곰을 토템으로 하는 웅녀족과 외부(천상)에서 이주해온 환웅족이 만나서 새로운 공동체를 열었다. 그 새로운 공동체의 수장을 단군이라 했고, 우리는 그 단군의 후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당연히 곰을 신앙대상으로 하는 의식이 살아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현실을 보자. 아니 1~200백 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 곰 신앙의 잔재가 이어져 왔는가? 전국적으로 계승돼 오는 전통신앙 중에 곰 신앙이 있는가. 절에 가면 산식각이 있다. 그곳에 곰이 모셔져 있던가. 숲의 왕이고 동물지배자였던 곰은 어디로, 어째서 사라졌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문조차 품어본 적이 없을 테니까. 이제 그 궁금증을 한 번 풀어보자.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를 보면 곰부족과 호랑이부족이 이웃하고 살고 있는 공간에 저 멀리 외부세계에서 천신족이라고 자처하는 환웅이 들어왔다. 외부에서 들어온 환웅족과 곰 부족은 공존을 선택했고 호랑이 부족은 떠나기로 결심했다. 공존을 선택한 곰 부족은 그 지역의 중심세력이 됐고 호랑이부족은 주변세력으로 밀려났다. 그렇다면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다 한반도로 이주한 단군왕검의 후손인 우리에게 곰 신앙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도 한반도에서 곰 신앙은 사라지고 호랑이와 산신신앙은 지금도 생명력을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 단군왕검이 성립되는 과정에 소외됐던 호랑이가 되려 주인공이 돼 있다. 어찌된 일일까. 그 이유를 밝히기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상식적인 질문과 어설픈 해석으로는 도저히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는 아래 제시한 학자들의 문제의식을 보면 알 수 있다. 경희대 이정재교수는 『동북아의 곰문화와 곰신화』에서 "국조신화에 곰과 산신인 단군이 등장돼 곰 문화를 기반으로 출발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에는 완전히 호랑이 문화로 바뀐 결과가 돼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다. 참으로 궁금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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