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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학의 생명(1)
안수현 문학평론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1월 02일(목)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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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시조와 漢詩 그리고 俳句는 한중일 삼국의 가장 전형적인 시가형식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短歌 즉 일본의 와카(和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아직까지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다. 특히 근세에 출현해 지금 현재 일본의 정형시라고 하면 국민시를 넘어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하이쿠이다. 이러한 하이쿠에 가려져 和歌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和歌는 하이쿠의 원류에 해당하는 일본의 고전 정형시이다. 우리의 시조가 그렇듯이 그들의 삶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로써 문자로써 희로애락을 표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장치가 바로 和歌인 셈이며 바로 그곳을 관통하는 미의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만큼 이웃나라 일본의 시 세계는 독특하다. 현존하는 기록된 詩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길가메쉬(Gilgamesh) 서사시 이후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시란 대상의 사유와 응축의 결과이다. 때로는 미메시스(mimesis)와 이미테이션(imitation)의 혼융을 내포한 '예술의지'(art will)로 대변할 수 있으나, 여전히 보편적으로 詩라는 그릇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미의 출발과 역정이다. 일본에서 공식적인 미학에 대한 자각은 천황의 주도로 이뤄진 시문집(anthology) 이른바 칙찬집(勅撰集)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중국의 漢詩를 의식해 자국의 고유한 시의 근원을 정립한 텍스트 古今和歌集의 편찬 서문을 漢文으로 기록한 마나죠(?名序)와 일본어로 기록한 가나죠(?名序)와의 대응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칙찬집 서문은 和歌의 기원을 두고 공통적으로 천지개벽과 더불어 비롯됐다고 했다. 신화와 더불어 자국과 중국의 고사 및 유교적 교훈 등이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서사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묘사된 서문의 세계는 곧 해당 칙찬집의 전체 내용을 압축한 형태로 제시됐다. 특이한 점은 시란 이른바 신계와 인간계를 연결하는 담론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현재 일본인들은 여전히 신과 더불어 한 궤를 이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예술을 공유하고자 하는 심리구조는 예술의 영원성을 창조하고, 영원한 예술은 인류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공통적 심리구조를 창조하고 체현하며, 농축된 인류역사문명이며, 예술작품은 시대영혼이라는 창문을 열게 한 심리학이다. 그것은 또한 인성(李澤厚;美의 歷程, 尹壽榮옮김, 동문선,1991)이라고 하듯이 일본인의 미의식의 근저에 대부분의 일본 시가에서 다루는 소재가 자연이라는 점이다. 특히 식물적 세계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歌論에서 말하는 미적 개념 '다케타카시(長高し)'는 서구 미학의 숭고미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길가메쉬(Gilgamesh)의 영웅담과 같은 거대한 서사적 숭고미가 아니다. 한낱 잡초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 할지라도 자신의 줄기를 마음껏 뻗어가는 순간과 어린 묘목이 건강하게 성장해 마침내 한그루 가득 무성한 나뭇잎을 피운 것을 두고 그 순간 체화하는 미의식인 것이다. 또한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계절의 추이와 더불어 가을에서 겨울에 치닫는 식물의 존재를 예리하게 관찰 후 인생관과 대비시킴으로써 와비, 사비, 시오리, 히에사비와 같은 미적 개념의 생산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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