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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에 걸린 '경주시 지역실행기구'
정현걸 칼럼니스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30일(월) 16:00
ⓒ 경북연합일보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여부에 따른 주민 의견수렴'을 주도할 '경주시 지역실행기구'가 지난달 21일 온갖 파행을 겪으며 가까스로 출범하기는 했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업보 때문인지 1차 회의를 열어 출항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암초를 만나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역실행기구가 제대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그런 데다 주민과 지역단체, 시민단체, 환경단체 등이 얽히고설켜 힘겨루기를 본격화하면서 점점 총체적 난국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작년에 활동했던 재검토준비단이 의견 수렴 범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경주시가 애초에 자의적(恣意的)이고 독단적으로 지역실행기구의 위원 구성을 하면서 이러한 사태는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지역실행기구가 맥스터 추가 건설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닌 단지 '의견 수렴 범위, 방식, 절차' 등을 결정하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와 동경주지역대책위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는 서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기 싸움이 치열했다. 그러다 보니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위원 구성에다 동경주 주민들이 과반 넘게 기구에 참여하는 기형적인 위원 구성이 되고 많았다. 경주시의회도,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도 경주시장의 위원 구성에 반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도 우려를 표명했고, 급기야 탈핵단체들은 재검토위원회와 지역실행기구를 모두 부정하며 전면 재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상위 기구인 재검토위원회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검토그룹의 구성이 지지부진한 데다, 지역과 시민단체의 반발과 의견 제기가 폭주하고 있어 역할이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 동경주대책위에서는 지역주민 의견서를 제출하여 조속한 공론화를 요구하는 반면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을 비롯한 울산 북구 주민들은 지역실행기구에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재검토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실행기구'를 만들어 거기에 '경주시 지역실행기구'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공론화가 마냥 늦어질 수밖에 없어 경주지역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들리는 말로는 재검토위원회가 경주시 지역실행기구의 예산을 집행할 수 없도록 조치를 해놨다고 한다. 그러니 더더욱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경주시는 지난 11일,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 회의를 열어 '지역 의견 수렴의 조속한 이행과 지역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 증설 여부의 적기 결정을 정부와 재검토위원회에 촉구'하는 건의서를 채택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난국을 풀기 위해서는 새판을 짜야 한다. 탈핵진영과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참여를 거부한 채 재검토위원회와 지역실행기구를 해체하고 전면 재구성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면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지역실행기구는 맥스터의 추가 건설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지역 공론화에서 나온 의견을 재검토위원회에 전달하는 기구이다. 그러므로 동경주대책위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주장대로 의견수렴 전문가, 동경주지역 인사, 시내권 지역 인사, 친원전 인사, 탈원전 인사, 당연직(시청 관계자, 시의원 등) 위원이 골고루 포진되도록 확대 개편해야 정당성이 담보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건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한 공론화'는 공정성과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후폭풍과 후유증이 없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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