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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교합으로 태어난 박혁거세 신화 새로 읽기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10일(화)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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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한국인의 뿌리, 신라 한국사의 객관적인 흐름상 신라사는 매우 중요하다. 나와 우리는 누구인가하고 되 물을 때 좋거나 싫거나 신라를 빼놓을 순 없다. 족보상으로 보았을 때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52%는 신라의 왕족과 6성, 그리고 김수로와 허황후의 후손이다. 그만큼 신라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 파악에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신라의 기초를 세운 주민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신화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최근자료들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추정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특히 시베리아와 내몽골 암각화에 중에는 박혁거세 탄생신화를 묘사한 듯한 것이 있어 주목된다. 잘 알다시피 박혁거세 신화는 두 계통이 전해진다. 하나는, 경주 양산 부근의 나정(蘿井) 곁에서 말이 하늘에서 가져온 알에서 태어난 것이고(천강신화), 다른 하나는 선도산 성모가 된 사소부인이 알영과 혁거세를 낳았다는 것이다. 앞의 신화는 북방적 요소가 강한 천강신화이고 뒤의 것은 산신 혹은 지모신계열 신화이다. 학계에선 이 두 신화 중 어떤 것이 원형신화인가 하고 논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소부인 이야기가 원형일 것이라고 하지만 박혁거세가 북방에서 내려왔고 그들에게 천손개념이 있었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하늘 기운을 받아 나정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원형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 신화 모두 아버지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고대의 영웅이나 국가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없이 태어나는 특징이 있다. 왜 그들에게는 아버지가 없을까. 그 해답은 문명사의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그 인물이 보통사람과 다른 신성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신석기 초기의 여명기는 모계사회였다. 그 사회에서는 엄마는 분명하지만 아버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시대에 태어난 성인이나 문화영웅은 모두 아버지 없을 수밖에 없다. 중국신화에 등장하는 복희나 한국인의 조상이라고 하는 치우 그렇다. 한동안 모계사회가 진행되다가 신석기 말이 되면 서서히 부계사회로 이행된다. 그 때 부계사회를 시작한 인물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생겼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진행됐다고 해서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 죽고 새로 부계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봄에서 여름으로 이행한다고 해서 그 계절이 칼 같이 나눠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부계사회 초기에 자신들의 남자 씨조상을 설정해야 하는 데, 그 씨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 조상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모계사회는 어머니의 계보를 따랐으니까. 해서 처음 씨를 물려준 조상을 신화적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들의 토템과 결부시켜 설명했다. 그러니 최초의 씨조상은 대부분 자연을 의인화한 존재였다. 그 아버지는 대부분 천신이나 뇌신, 바람의 신 등이다. 그런 전통이 후대까지 반영돼 시조를 '아버지 없는 아들(無父之子)'로 표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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