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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화백제도 정말 만장일치제였나?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03일(화)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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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제가회의와 정사암회의 그렇다면 고구려나 백제는 그러한 귀족회의가 없었을까. 물론 고구려에는 제가회의가 백제에는 정사암회의가 있었다. 제가회의는 계루부·소노부 등 고구려를 구성한 5부족의 부족장회의였고, 백제의 정사암회의는 왕과 백제를 주도하던 8성씨의 부족장들의 회의였다. 초기에는 왕을 뽑거나, 태대로를 선출한다든지, 전쟁이나 외교 혹은 부족 간의 분쟁과 같은 국가의 중대사를 제가회의 혹은 정사암회의에서 처리했다. 그런데 고구려의 경우 제6대 태조대왕이 '계루부 고씨'의 독점적인 왕위계승권을 장악하고, 9대 고국천왕(재위 179∼197)이 '왕위 부자상속제'를 확립한 이후에는 총리에 해당하는 태대로를 뽑는 권한은 행사했어도 왕위 계승에는 관여할 수 없게 됐다. 반면에 신라에서는 중고기는 물론 하대에도 화백회의에서 왕을 선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만큼 소통과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신라에 더 오래 지속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라에서는 화백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이행됐을까. 영일 냉수리 신라비에 그 단서가 있다. "계미년 9월 25일 사탁부 지도로갈문왕·사덕지아간지·자숙지거벌간지, 탁부이부지일간지·지심지거벌간지, 본피부 두복지간지, 사피부 모사지간지 등 7명의 왕 등이 함께 논의해 교(敎)하니, 전세(前世) 두 왕의 교(敎)로써 증거를 삼는다. 재물을 취하는 것은 모두 절거리로 해금 얻게 할 것을 교(敎)한다." 영일지역에 있었던 어떤 송사에 다수의 중앙 귀족이 참여해 회의를 해서 그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합의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화백회의 장면을 하나 더 보자. 『삼국유사』 진덕왕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왕의 대에 알천공, 임종공, 술종공, 호림공, 염장공, 유신공이 남산 오지암에 모여 국사를 의논했다. 신라에는 사령지(四靈地)가 있는데 대사를 의논하려 할 때면 반드시 그곳에 모여 도모했고, (그리하면) 그 일은 반드시 이뤄졌다.' 많은 귀족들이 모여 신령한 장소에서 국사를 논의하고 있다. 역시 귀족들의 합의로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진흥왕의 아들로 왕위에 올랐으나 정치가 어지럽고 그 행실이 황음하다고 폐위된 진지왕도 화백회의의 결정으로 그리됐다. 『삼국유사』 도화녀 비형랑조에 나온다. 반대로 김춘추는 화백회의에서 왕으로 추대됐다. 뿐만 아니라 33대 성덕왕도 화백회의를 통해 왕으로 옹립됐다. "32대 효소왕이 훙했으나 아들이 없었다. 국인(國人)이 (성덕왕을 왕으로)세웠다." 이 사건은 태종무열왕계의 마지막 직계 왕인 효소왕이 후사가 없이 죽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후사가 없었으니 당연히 새로운 왕을 옹립해야 했고, 그것을 귀족들이 모여 화백회의를 열어 성덕왕을 옹립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나라의 첫 왕을 뽑을 때부터 작동하던 화백제도는 신라 하대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신라가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였음이 틀림없다. 화백제도는 초기에 심각한 권력투쟁 없이 박·석·김 세 성씨의 왕족들이 권력을 돌아가면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다만 후대로 가면서도 계속해서 만장일치제가 적용됐는지는 의문이다. 중고기나 중대를 막론하고 이들 회의의 의사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제가 원칙이었을 것이나(이병도), 중고기와는 달리 중대 말에는 화백이 점차 형식화 되어 그 결정은 왕족의 유력자에 의해 좌우됐던 것으로 보기도 한다(池內宏). 어쨌든 화백제도는 신라의 정치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였음에는 틀림없다. 신라는 적어도 지도자 그룹들 간에 소통과 합의를 중시했던 사회였던 것은 틀림없고 그것이 신라가 삼국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이 또한 북방초원에서 불어온 바람이 대륙의 동남쪽에 꽃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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