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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이와쿠니가 필요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15일(일) 17:11
6·13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각 당은 총선, 대선 등 향후의 정치 명운을 가름한다는 점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시가지 곳곳에는 예비후보들의 대형 걸게 그림이 나부끼고 있다. 하나같이 달덩이보다도 더 큰 자신의 얼굴을 내걸고 홍보에 열을 내고 있지만 분위기는 글쎄다.
 아무리 '날 좀 보소'를 외쳐도 주민들의 눈에는 정당의 깃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연탄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있을지 몰라도 정작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아예 관심조차 없다. 지방선거가 오로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중앙정치가 지방을 줄 세우기하고 지역, 좌우 진영 논리로 지방선거판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 주민의 자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지역 유권자들은 표만 찍고 나면 자치로부터 밀려나고 만다.
 특정 당의 우산 속에서 일삼는 지자체장의 독선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고 이들을 감시할 지방의회의 무능과 태만, 완장질도 신물이 난다. 틈만 나면 들려오는 게 지방의원의 이권개입, 관광성 외유다.
 경주시의회 역시 지난해 최악의 가뭄과 폭염 속에 시민들을 팽개친 채 시민들의 혈세로 8인의 시의원들이 유유자적 인도 여행을 떠나 물의를 빚었다. 이들의 연수일정은 무굴제국의 수도 시크리성, 타즈마할 등등 호화찬란했다. 시민들이 관정까지 파가며 가뭄과 싸우는 동안 고즈넉한 갠지스강변의 낭만을 즐긴 것이다.
 또 일부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에 피감기관으로부터 술과 음식 접대를 받아 말썽이 났다. 지방의원들의 자질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사람들이 시민들의 대변자랍시고 경주시의회를 차지하고 있다. '돈만 축내는 하마들'이라는 무용론이 팽배하다.
 선거 때만 반짝 느끼는 우리의 지방자치를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초청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가까운 이웃 일본으로부터 자치의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 일본은 이미 지자체의 90% 이상이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중앙정치판을 치워버렸다. 중앙정치의 보이지 않는 끈을 과감히 잘라버린 것이다. 일본의 진정한 지방의 도전은 1988년 이와쿠니 데스도가 지방자치무대에 등장하면서 부터다.
 이와쿠니씨는 당시 미국 메릴린치 증권회사에서 부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시마네현의 인구 8만인 이즈모시의 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뿐만 아니라 사회당, 공명당, 민사당 같은 혁신 정당의 추천도 받았다. 가히 충격이었다.
 당시 일본은 이즈모 출신인 자민당 다케시다 노보루가 수상으로 있던 시기였다. 자민당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와쿠니의 발상은 달랐다. 특정 정당의 진영논리를 이즈모를 오로지 이즈모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묘책이었다.
 이런 이와쿠니는 이즈모시 시장에 당선돼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재직하면서 지방도시 변혁의 신화를 창조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민선 지방자치는 1995년 처음 실시돼 이제 갓 성년을 넘겼다. 이제 우리도 늦었지만 이와쿠니의 혁명적 발상을 이식할 때가 됐다. 우리에게도 이와쿠니가 필요하다. 지방의 논리는 지역도 좌우도 아니고 '우리'다.
 지역 주민의 의식이 바로 서는 게 급선무다. 정당공천제도 없애야 한다. 또한 지방의원들에게는 교통비나 식비 같은 필요 최소한 수당만 지급해 명예직으로 돌려야 한다. 그들에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주민들과 다른 신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들 스스로가 선민의식에 사로잡히고 완장질이나 하는 것이다. 주민들과 어울려 살며 동질감 속에서 기초를 다져야하는 사람들이 주민들에게 뿌리 내리지 않고 특정 당에만 뿌리를 내리니 그들이 주민들과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우리 속의 한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이번 선거부터 당을 떠나 이념을 떠나 사람만 보고 찍자.
이종훈
논설위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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