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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인간과 기계의 대결, 재앙 혹은 축복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14일(월) 11:23
↑↑ 추왕훈<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흥미를 더하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 대표와 기계 대표의 대결'이라는 관점이다. 많은 이들의 예상 또는 기대와 달리 첫 판에서는 알파고가 낙승을 거뒀지만, 모두 5국의 대국이 예정된 만큼 최종 승패는 지켜봐야 한다. 이세돌 9단이 결국 우승한다면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두뇌의 우월함'이 입증됐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알파고가 이긴다면 '인공지능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이런 식의 의미 부여는 타당한 것인가. 사람과 기계가 '대결'한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기계는 늘 인간의 곁에서 인간에게 '유용한'(적어도 기계 소유자나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일을 해 왔다. 기계란 어떤 면에서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는 존재이다 보니 인간과 기계의 '비교'나 '대결'에 관해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어느 시대에나 이는 무의미하거나 어리석은 생각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풍차와 힘을 겨루기 위해 돌진하던 돈키호테가 무모함의 상징이 된 것처럼.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는 기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기 위해 고안된 기계도 다를 것이 없다. 누가 '2936757 × 4589108'과 같은 계산을 할 때 전자계산기와 속도와 정확성 경쟁을 하려고 하겠는가. 인간의 두뇌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연산 능력과 데이터 저장 능력을 지닌 컴퓨터는 이제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사고, 학습, 자기계발을 할 수 있으며 환경을 인식해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알파고는 그 가운데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바둑두는 컴퓨터'는 사실 아주 유별난 장치라고 할 수도 없다. 이미 또다른 '마인드 스포츠' 종목인 체스에서는 컴퓨터가 세계 챔피언을 꺾은 바 있다. 바둑은 체스에 비해 훨씬 경우의 수가 많고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본질의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둑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인생의 이치에 통달할 정도의 연륜과 철학이 뒷받침돼야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하나의 '도(道)'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탁월한 계산력으로 무장한 10대 기사들이 세계 무대를 휩쓸게 되면서 이런 '신화'는 깨졌다.
 계산력, 구체적으로 말해 계산의 속도와 정확성이라면 컴퓨터와 사람의 차이는 젊은 세대의 용어로 '넘사벽(넘지 못할 사차원의 벽)'이다. 그동안 컴퓨터가 프로 바둑기사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프로그램을 짜지 못한 탓이지 인공지능의 내재적 한계나 바둑의 '심오함'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이세돌 9단도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인공지능에 이길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 이르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대결'이라는 말은 능력이 대등하고 처한 조건이 같은 양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산 능력이 빠르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절대로 지치지도 않고 겁먹거나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벌이는 게임을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도상의 한 단계에서 필요한 '능력 테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계는 무한히 발전할 수 있지만 사람의 능력이 확장하는 속도와 범위는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프로바둑 기사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한 뒤에도 개발자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프로그램을 강화, 발전시켜 나간다면 아마도 어느 시점 이후에 인간은 영원히 컴퓨터를 이기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바둑계에서는 이번 '대결'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다면 과거 체스가 그랬던 것처럼 바둑의 인기가 급속히 시들어 버리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생뚱맞은 비유인지 몰라도 사람보다 몇 배나 빠른 자동차가 등장하고 사람보다 몇 백 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중기가 개발됐어도 여전히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육상 선수와 역도 선수들이 금메달 경쟁을 벌이고, 전세계 수억명의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본다. 바둑을 좋아하는 팬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반상의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지 컴퓨터처럼 정확한 수를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기계가 등장해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언제나 공포가 뒤따랐다. 19세기 초반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영국의 섬유노동자들이 기계 파괴에 나섰던 '러다이트 운동'은 이런 공포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다.
 인공지능의 활용분야가 넓어질수록 기계와의 '경쟁'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는 '호들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신기계의 개발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은 큰 틀에서 경제력의 증진을 가져왔고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창출된 부를 적절히 배분하고, 기술의 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어떻게 재교육하고 재배치할지는 그 국가와 사회가 나름대로 감당해야 할 문제다. '능력이 뛰어난 기계'는 이용하기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마인드 스포츠'의 최고봉이라는 바둑을 평정할 정도의 수준에 이른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이겼다고 해서 기뻐하거나 졌다고 해서 낙담할 일은 아니다. 사람에게 기계는 '이용'의 대상일 뿐 '대결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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