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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인적쇄신, 물갈이와 공천학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08일(화) 11:16
↑↑ 황재훈<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4·13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에 전운이 완연하다. 여야가 후보 공천작업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정당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공천을 앞둔 극심한 갈등 끝에 야당은 분당 사태를 이미 겪었다. 이제 관심은 야당보다 여당에 더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국 광역시·도별로 최대 3곳까지 우선 추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발표가 전략공천 의도로 읽히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이미 폭발했다. 앞으로 공천 작업이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지고 당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때면 되풀이됐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의 무게 중심은 친이(친이명박)계로 옮겨 갔다. 전쟁 같았던 당내 경선을 치렀던 친이계와 친박계는 자연스럽게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경원시했다.
 그 결과는 18대 총선에서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 학살'로 이어졌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당시 박근혜 의원은 반발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계 인사들은 탈당해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를 결성하며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4년 뒤인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당은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재편돼 있었다. 'MB맨'들의 낙천이 잇따르자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감정적·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의 공천에 친노(친노무현) 쏠림 현상이 벌어지면서 잡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구(舊) 민주계측 인사들은 '민주계 공천학살', '친노 부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공천에 탈락한 구민주계 중심으로 '정통민주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4년마다 되풀이된 공천 전쟁이 이번이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초 여러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50%가 넘는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식물국회에 대한 불신이자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사 결과는 인적 쇄신의 명분이 조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으로 소수의 입맛에 맞는 달콤한 인위적 물갈이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번에도 조성됐다는 얘기와도 같다. A라는 공천 행위를 이쪽에서 보면 쇄신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유권자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면서 정치 보복성 공천, 소수의 입맛에 맞는 '사천'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 정치 현실은 지금까지 정답을 찾지 못해 왔다. 아니 정답을 몰랐다기보다 실천을 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는 점차 공정하게 이뤄져 왔지만 정당 내 공천 과정에는 여전히 비민주적인 요소가 남아 있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당 총재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했고, 이후에는 소수의 정당지도자가 서로 자기 계파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경쟁하며 내분을 겪기도 했다. 하향식 공천제도 대신 상향식 공천제도가 명분상 우위에 있는 것은 과거의 폐단 때문이다.
 인적 쇄신도 어떤 측면에선 눈속임이다. 선거 때마다 여야 막론하고 '깜짝 인물' 영입 경쟁을 펼치고(사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정치판을 이미 기웃거리던 인사 외에 깜짝 영입이라고 부를 사례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쇄신을 외쳐 왔다. 4년 내내 잘못하다가 선거 직전 몇 명의 인물을 앞세우고 그 잠깐의 '바람'에 기대 선거에 임했던 우리 정치권 모습은 후진성 자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역대 최악의 무능국회를 만든 것은 개별 의원보다 다른 데 원인이 있다. 소수의 입김에 당의 정책이 좌지우지됐던 구조적인 병폐를 바꾸지 않고선 백날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봤자 4년 뒤면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표적 친한파 연방 하원의원인 찰스 랭글(민주·뉴욕)은 23선 의원이다. 우리 같았으면 벌써 세대교체, 기득권 교체의 바람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잊혔을 인물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물갈이 여론에 떠밀렸다면 40년을 한결같이 소신을 지키며 정치 현장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득권을 가진 현역들을 보호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이치에 맞게 물이 흐르듯, 공천에도 당위와 자연스러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심은 일견 우둔해 보일지 몰라도 매우 예민한 촉각을 갖고 있다. 정치나 사회생활이나 무리보다는 순리가 정답이다. 이를 역행할 때는 반드시 역풍이 불어왔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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