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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천 '신라역사 속으로'… 외롭고 쓸쓸한 가을길 따라 '춘양교지'서 떠올리는 孝
신라 궁성과 외부의 연결통로 '춘양교지'
정치·군사·경제적 중요 교량 역할 톡톡
경주에 전승되는 효불효교의 '칠성교지'
가부장적 과거 속 긍정적 인간성 담아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07일(수) 20:16
ⓒ 경북연합일보
가을, 옥양목처럼 투명한 햇빛이 내리는 길을 걷는 것은 계절이 주는 즐거움이다.
 경주 문천을 따라 걷다 보면 민낯의 희디흰 목덜미로 야위어 가는 갈대 무리를 만날 수 있다. 강가에는 갈대가 자라고, 산야에는 억새가 자란다고 한다. 생김새와 특징을 비교해 보면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갈대라도 좋고 억새라도 좋다.잔물결 서걱이는 강둑에 동그마니 앉은 보랏빛 구절초며 풀꽃 떨기는 여인네처럼 속살거리며 발목을 간지럽힌다.
 외롭고도 높고 쓸쓸한 가을날 또렷이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을 속으로 걸어 가보자.

경주시내 지역은 동쪽을 제외하고 남천과 북천 서천으로 하천이 흐르고 있다. 남천과 북천은 서천과 합쳐져 영일만으로 흐르는 형산강의 상류를 이룬다.
 경주시 중심부에서 외곽지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하천들을 건너야하므로 예로부터 많은 교량이 있었음이 기록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주를 둘러싸고 있는 하천은 고립된 지리환경을 제공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교량을 축조했다. 옛 문헌에 나타난 교량은 금교(송교), 귀교, 유교, 춘양교(일정교), 월정교, 누교, 대교, 굴연천교(광제원교), 신원교, 남정교, 효불효교(칠성교) 등 대부분 남천과 서천에 있었다고 전해지나 현재 그 유지를 확인 할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리가 위치하고 있는 남천에는 기록상 많은 교량지가 있었다고 전해지나 그 남은 터를 확인 할 수가 있는 교량지는 춘양교지, 월정교지와 월정교지 하류에서 확인된 목교지, 교촌교 하류 교량지 그리고 조선시대 축조된 오릉 북편의 교량지 등이다.
 지금 남천보다 서천에 많은 교량이 있는 것은 경주시가지 중심의 서쪽과 북쪽으로 많이 팽창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 경북연합일보
●춘양교지
 경덕왕때 만들어진 월정교와 춘양교는 신라의 궁성과 외부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교량이었다.
 춘양교지는 월성에서 남동편으로 약 220m 떨어진 남천 하류상에 위치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일정교라 불렸다.
 교량지는 동·서 제방에 교대지와 하상에 배모양의 교각 3개소가 남북으로 흐르는 하천을 가로지르고 있는 형상이다. 교량의 크기는 교대지 사이의 거리로 살펴볼 때 길이가 약 55m이고, 교각의 폭이 약 14m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춘양교지 발굴조사보고서를 참고해 춘양교의 구조를 복원해보면, 석재를 이용해 동·서 제방쪽에 교대지와 하상에 배모양 교각 3개를 놓았고, 그 위에 목재를 사용해 상판을 올렸으며 상판 위에는 누각을 세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춘양교지와 월정교지는 신라의 궁성인 월성 부근에 위치하고, 월성과 남산 방면을 연결하는 도로상에 위치한 교량이기 때문에 이 두 교량은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는 당시 최고의 기술과 인력을 투입해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는 대형 교량 두 기를 건축함으로써 왕경의 교통로를 체계적으로 정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 경북연합일보
● 효불효교
 전설傳說)은 역사상 사건을 소재로 하고 증거물이 남아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경주 지역에서 전승되는 효불효교전설(孝不孝橋傳說)과 경주칠교전설(慶州七橋傳說)·칠성교전설(七星橋傳說)은 다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권21 경주 교량조에 수록돼 있고, '한국구비문학대계' 경주 월성편에 2편이 채록됐는데, 각 편의 내용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따르면, 효불효교는 경주부 동쪽 6리 되는 곳에 있는데, 신라 시대에 아들 일곱을 둔 홀어머니가 그 아들들이 잠든 틈에 남자를 만나러 남쪽을 건넜다. 그 아들들이 이 사실을 알고 서로 의논하기를 "어머니가 밤에 물을 건너다니시니 자식의 마음이 편하겠는가" 하고 이에 돌다리를 놓았다. 어머니가 부끄럽게 여기고 야행(夜行)의 나쁜 버릇을 고쳤으니, 당시 사람들이 그 다리 이름을 효불효교라고 불렀다. 또 이 다리를 일곱 아들이 놓았다고 해서 '칠성교'라고 하기도 하고, 일곱 개의 돌을 놓아 만든 다리이기 때문에 '칠성교' 또는 '칠교'라고 한다고도 전한다.
 또한, 어머니에게는 효성스러운 행위이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는 불효가 되는 일을 한 것이라 해서 '효불효교'라고 한다는 해석도 있다.
 남시진 계림문화재연구원장은 "춘양교지와 효불효교지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쪽으로 건넜다'는 기록으로 보아 아마도 현재 동남산의 양지마을 부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부계의 혈연이 강조되고 가문 보존이 최우선이던 조선조 사회에서 홀어머니의 밤 나들이는 인정될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이고 여인이기에 일곱 아들이 어머니의 행위를 비난하지 않고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은 굳어진 효의 관념을 부정하고 인간성을 긍정했다는 면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전문가에게 묻다>
월정교 연구와 복원 과정에 대하여 …
인터뷰
남시진 계림문화재 연구원장

ⓒ 경북연합일보
월정교(月淨橋)는 신라 제35대 경덕왕 19년(760)에 축조(築造) 되어서 고려 제25대 충렬왕 6년(1280)까지 교량 기능이 유지되었으나, 조선 현종 10년(1669)경에는 이미 교량이 폐교(廢橋)되었음을 기록하고 있어서 월정교는 창건 이후 최소 520여 년간 신라도성에서 남산을 비롯한 남쪽으로 연결되는 주 통로 역할을 한 교량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량의 규모나 형태를 알 수 있는 직접적인 기록은 없다. 다만 그 모양을 짐작 할 수 있는 간접적인 기록은 고려 제19대 명종(1170~ 1197)때 시인 김극기(金克己)가 지은 시구(詩句)에 '홍교도영조문천(虹橋倒影照蚊川)'이라는 구절이 있다.
 1975년 경주사적관리사무소에서 실측을 비롯한 현황조사가 이루어졌으며, 9년 뒤인 1984년 11월부터 1986년 9월 8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복원을 위한 석재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과정에서 석교지(石橋址) 하류 20m 지점에서 목교지(木橋址)가 발견되어서 1986년 3월부터 한 달 반가량 목교지에 대한 학술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졌고, 이어서 1986년 11월부터 이듬해인 1987년 6월까지 석교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결과 하상의 석재 밑에서 막새 등 기와와 연암 등 목재가 출토됨으로 교량은 석조교각 위에 목조 보를 걸고 그 위에 기와지붕이 지은 다리임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리의 모양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유적을 복원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기술해 보면, 현존유구는 파괴하거나 변형시켜서는 안 되며, 충분한 원형 고증 연구가 이루어져야하며,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고 활용성도 교려해야한다.
 복원 후에는 기존 고부재와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월정교 복원을 위해서 참여한 많은 분들과 실무 연구진들의 열정으로 조사와 연구의 깊이는 배가되었고, 이로 인하여 결코 부끄럽지 않는 연구 결과로 월정교는 큰 틀에서 보아 상당부분 복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가공된 석재 하나하나에 대한 용도와 사용처를 확실하게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음을 자인하면서 발굴조사부터 복원을 위한 조사 연구에까지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월정교는 결코 부끄럽지 않는 복원이 되었다고 자인하고 싶다. 조사와 연구가 준공 된 후에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김희동 기자 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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