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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회맹, 국난극복 향토수호자 숭고한 정신을 잇다
문천, 경주 임란 현장을 가다
임진왜란때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섰던
경주·울산 등 지역 의병들의 '문천회맹'
신분·나이 초월해 들불처럼 일어나…
이후 또 다른 회맹의 도화선 역할 '톡톡'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31일(수) 20:21
ⓒ 경북연합일보
우리나라 역사는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기나긴 세월에 걸친 한반도의 우리 민족사, 단군조선이래로 신라와 고려, 조선,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약 2천여회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다.
 그때마다 의연하게 일어서서 그들에 대항해 싸우다가 숨져간 영웅들이 있었다. 나라가 위급할 때, 백성이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나는 호국일념의 정신, 이것야말로 그 무엇에도 비견할 바 없는 값진 용기이자 진정한 애국사상임에 틀림없다.
 가을이 짙게 물들어가는 문천을 따라 걸으며 임진왜란 당시 구국의 일념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일어섰던 우리지역 의병들의 발자취를 찾아보았다.

●문천회맹, 말의 피를 나눠 마시며 맹세
 1592년인 선조 25년 4월 14일, 일본의 왜군들이 동래에 침공해 선조 31년인 1598년에 이르기까지 7년간이나 조선의 전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 기간의 모든 전쟁이 임진왜란이다.
 일본군 선봉대가 부산포로 쳐들어와 서울을 향한 북진을 계속해 2개월도 채 못 되어 전 국토가 유린됐다. 경주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명 살상과 신라천년 유물을 비롯한 귀중한 문화재가 소실, 탈취, 파괴됐다.
 그해 4월 21일 경주가 함락되고 이미 전국의 곳곳에서 전투가 전개된다.
 6월 9일 비밀리에 통문을 받아든 의병들이 경주의 문천(蚊川, 南川)변인 반월성 남쪽에 모였다.
 경주부윤 윤인함과 판관 박의장을 비롯한 경주지역 의병장 43명, 울산 25명, 영천 14명 등 12개 고을의 132인이 모여 말의 피를 나눠 마시고 민군이 합세해 맹세하고 항쟁을 결의했다. 이것이 곧 문천회맹(蚊川會盟) 이다.
 경주를 위시해서 동래, 울산, 양산, 영천, 흥해, 영일, 자인, 장기, 대구, 언양, 영해등에서 자원한 의병들은 경주의 판관인 박의장(朴毅長)의 군사들과 합세하게 되자 6월 27일에는 무려 4천200명의 인원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이 회맹으로 모여든 의병들이 경주성을 회복하고 전장의 선봉에 선 결과 마침내 국난을 극복하게 된다.
 이는 또 다른 회맹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1593년 2월 문경의 당교회맹(唐橋會盟), 1593년 10월 언양의 구강회맹(鷗江會盟), 1596년 3월 대구의 팔공산회맹(八公山會盟), 1597년 7월의 화왕산회맹(火旺山會盟)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투에 참여했던 모두를 임란의사(壬亂義士)라고 하는데 이들은 조선의 관군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이 민간인들이며 경상도 전역에서 분기하여 모여든 의병대들이었다.
 
●신분·나이를 초월해 들불처럼 일어나다
 의병대들은 임란 초기부터 왜적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활약했다. 경주에서는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불국사 범영루, 신녕 불골사, 남천 문옹정 등에서 우국모임을 가졌고 이들 대부분이 임란 시기 의병활동을 펼쳐 호국정신을 실천했다.
 1592년 8월 20일 관군과 의병군이 일시에 경주 북쪽 40리 밖인 안강(安康)에 집결했다. 이때에 이눌(李訥)은 각 곳의 철물을 수합해 창, 칼 등의 무기를 제작하는 한편 북천건너 동천마을 훈장 이언춘(李彦春)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거병하기도 했다.
  또 남산 아래 월남마을의 김호(金虎) 장군도 60세의 노구를 끌고 가솔과 더불어 참전했다.
 이에 최진립(崔震立)장군과 손엽(孫曄) 장군 그리고 영천의 권응수(權應銖)의병장 등도 가세해 크게 활약했다. 특히 손엽의 실록인 용사일기(龍사日記)를 보면 당시의 전황이 매우 실감되게 나타나있다.
 이로써 경주 부윤 윤인함(尹仁涵)이 읍성탈환의 작전계책을 세우고 이장손(李長孫)이 발명한 화포,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로 중무장하여 금장대에다 진을 치고서 복성군과 규합해 전투지휘본부를 설치하기에 이른다.
 '경주읍지(慶州邑誌)'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이 당시의 읍성탈환과정에서 2천여명의 복성군 병력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전투의 치열함과 참담함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문천회맹과 관련된 전투상황들은 '경주읍지'와 '종군록'을 비롯해 '송고실기(松皐實記)' '애일당실기(愛日堂實記)' '영풍정실기(詠風亭實記)' '화암실기(花岩實記)' '제월당실기(霽月堂實記)'등 그 밖의 몇몇 문집에 실려 있다.
 이밖에도 기록에 전해지는 많은 의병장이 있다.
 이들의 신분은 대개 지역의 유현이지만 김호와 같은 전직 관리부터 백의의 상민과 천민은 물론 승려까지 다양했으며, 연령도 60대의 노구를 이끌고 참전한 김응하에서부터 17세의 소년장사 황희안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 경북연합일보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6월 첫번째 토요일 황성공원 임란의사 창의공원에서 '임란의사 백일장'이 개최되며 9일에는 '경주임란의사 추모행사'가 열린다.

인터뷰
김병호 임란의사 추모회장

"충렬사를 건립해 창의 의병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 경북연합일보
김병호(75·사진) 임란의사추모회장은 2016년 회장을 맡아 충의정신 과 나라사랑 마음을 진작시키기 위해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임란의사들이 피로써 지켜낸 경주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선조들의 유지를 받드는 길임을 명심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사)임진란 정신문화 선양회 이사, 경주문화원 이사, 경주 숭혜전(김씨 38왕제향) 전참봉을 역임했다.
  1969년에 교직생활을 시작해 2005년 경주 중·고등학교에서 퇴임하기까지 36년 5개월간 교사로 재직해 녹조훈장을 받았다.

 ^ 문천회맹의 장소가 정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천회맹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고 연구를 해서 문천회맹 정확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된 청와대 경내 '경주 방형대좌 석불좌상'이 본래 있었던 경주로 반환촉구 운동을 하면서 경주 이거사터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동남산 양지마을 앞과 월정교 서쪽에서 문천회맹이 이뤄졌다고 한다. 여러 문헌과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정확한 장소 찾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

 ^경주의 의병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임진왜란 시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난 의병 창시의 진원지인 경주는 선현들의 거룩한 충효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임란의병의 구성원을 보면 신분과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참여하였다. 전직관료부터 유학자 등 학식과 덕망을 갖추고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큰 인물들을 중심으로, 농민과 천민 그리고 10대의 청소년에서부터 60대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의병의 일원이 되었다.
 이것은 유교사회에서 국난을 당하여 민(民)으로서의 호국을 위한 '충'과 신라의 많은 유적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향토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임란의사추모회장으로 앞으로 포부는
 경주는 창의의 진원지요. 회맹의 시발지였다. 충의정신을 본받고 계승해 국가융흥에 기여해야 한다.
 충의정신 과 나라사랑 마음을 진작시키기 위해 충렬사를 건립해 충의정신을 청소년과 시민에게 일깨우는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이다.
 울산에는 충의사, 영천에는 백의사가 있는데 의병활동의 선봉에 섰던 경주에는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창의 의사님들의 고혼(위폐)을 모시고 의법하게 제례를 올릴 수 있는 충렬사가 건립되기를 바라고 지속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자료로 남겼으면 한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목숨바쳐 나라를 구한 창의 의병정신을 교육하고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청소년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다.
  김희동 기자 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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