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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문화
임영석 시인의 시내마천국 (詩川魔天國).62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20일(수) 03:18
성북동(城北洞)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시집 『겨울날』, 《창작과비평사》에서

이 詩의 발표 연대는 1968년 11월 「월간문학」으로 기계문명 속에서 자연미와 평화를 발견할 수 없는 삭막한 문명세계의 삶을 살아가는 고뇌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채석장 포성도 멈추고 금방 따낸 돌 온기도 없이 비둘기가 날아다니던 하늘에 높은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섰을 뿐이다.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의 새, 평화의 새라는 비둘기의 상징성도 콘크리트 벽에 희석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인에게 비둘기는 도심 속에 사육되는 새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 시가 발표될 무렵의 성북동의 모습에서 찾아보았던 메마른 골짜기도,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던 그 모습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대인이 자연의 파괴로부터 바라보는 극한 상황의 절망감이나 고독은 비둘기처럼 떠돌며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하고 발전되어도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살았던 삶의 향수는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성북동 비둘기는 비둘기라는 상징의 새를 통해 가슴에 금이 간 자연의 모습을 되돌려 놓지 못한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먼 미래의 세상이 모두 성북동 하늘 아래를 떠돌고 있는 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도 간직하고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이제 성북동 비둘기처럼 변화되어 있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높은 아파트 숲과 질주하는 자동차의 굉음소리에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멀리 자연의 품에서 벗어나 있다.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성북동 비둘기는 바로 자기 자신의 그리움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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