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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숲에 머무는 소리를 따르다
이현정 경주숲연구소장의 숲 이야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13일(화) 17:50
↑↑ 왼쪽 흰색의 배설물은 족제비, 고욤씨앗이 보이는 배설물은 담비의 것이다.
ⓒ 경북연합일보
거의 10일동안 이어진 한파였다. 겨울 혹한의 태풍 같은 삭풍이 몰고 온 건조함, 마치 빙하기 그 어느날 기억으로 떠오르듯 조상들의 힘들었던 과거가 거칠게도 머문다. 우리는 앞서 따뜻한 몇 년을 보냈다. 이번 겨울은 강하게 내려 꽂이는 매서운 냉기에 온 몸을 뺏기는 나날이 잦았다. 그래선지 창가로부터 쏟아지는 햇살을 아무리 빌려도 온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겨울 숲은 혹풍을 맞이할 열린구조로 버티어내고 있다.
 겨울, 여느 때와 다름없다. 겨울 숲은 황량한 벌판과도 같이 펼쳐져 있다. 벌판처럼 쭉 뻗은 먼 산을 응시하며 숲으로 향했다. 고도 500m의 마을에서부터 이동했다. 바람은 버틸 수 없을 만큼 밀쳐내고 이동하는 걸음마다 헛디디는 횟수가 더해진다.
 우리는 잔뜩 움추려 드는 몸을 감싸 안고 속히 숲으로 들어갔다. 그래야 바람이 잠을 청하는 걸 알고 있다. 천천히 새근새근 어린아이 잠을 자듯 잔잔한 봄바람 같은 바람노래를 불러일으키며 숲의 모든 생명체들에게도 같은 잠을 재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요함속에서 들린다.
 "이히히히힛이!" 청딱다구리의 소리는 얕은 정적을 깨뜨려준다.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세력권을 주장하는 듯했다. 아직 인가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고, 참나무와 밤나무 등의 활엽수림은 청딱다구리가 좋아할 만한 숲이다. 이런 숲은 더욱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몇 걸음 옮길 순간 두르륵 퍽! 다르르타닥! 하며 가까운 능선 쪽 놀란 고라니의 소리이다.
 숲에서 무얼하고 있었을까. 모든 야생동물들이 겨울잠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청솔모과의 청설모와 하늘다람쥐, 개과의 너구리, 족제비과의 족제비와 담비, 사슴과의 고라니, 노루 등은 겨울의 찬바람을 숙명인양 지긋이 눈감으며 바람을 가른다. 아주 당당하게 이 겨울 숲을 서성인다.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가득한 입김을 내뿜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조심스레 겨울눈을 관찰하고 있을 때 즈음이다. '스르르 사뿐'거리며 낙엽 위를 지나는 그림자가 보인다. 직감이었다. 분명 큰 다발의 노란 털을 달고 사라지는 녀석이 보였다. 목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질 듯이 이어진 노란빛깔 때문에 노란목도리담비라는 별칭과 함께 이름 불리는 담비이다. 멸종위기 2급의 보호종이다. 쾌재가 솟구쳐 오른다. 곧 이어 길 가장자리 바윗돌 한 쪽 위에 가지런히 보이는 것은 담비의 똥이다. 성인의 손가락 굵기에 고욤의 씨앗이 그대로 들어난다. 능선에서 만나 확실한 담비의 흔적이었다.
 겨울동안은 다양한 열매들과 더불어 고욤나무의 열매를 찾아다니면 먹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이렇게 겨울바람은 담비의 흔적위로 사알짝 내려 앉았다 떠나고 또 떠난다. 겨울바람 소리는 휘이이이잉 바람이 뛰며 걸으며 다니는 소리다.
 우리는 겨울 숲의 소리를 따라 이동했다. 매마른 낙엽들로 가득한 숲길에서 소리를 만들어가며 소리가 들리는 공간은 이미 우리들의 이야기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울 숲의 모든 소리는 봄 숲으로 이어질 새싹의 솟아오름을 바람에 실어 알려 줄 것이다. 그래야 숲의 모든 생명체들은 깨어나 움직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소리를 부를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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