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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문화
허물과 가식 벗은 자연 그 자체, 태초의 초상화
가장 아름다운 자연인 몸, 우주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존재인 사람
삶의 희로애락 고스란히 담아낸 30년 누드화 외길‘이도우 화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1월 23일(월) 19:43
↑↑ 이도우 화가
ⓒ 경북연합일보
↑↑ <사이> 130.3*80.3, Mixed media on canvas.
ⓒ 경북연합일보
↑↑ <무제> 60.6*40.9, Mixed media on canvas.
ⓒ 경북연합일보
이도우 화가의 그림은 매끄러운 여체를 떠올리는 일반적인 누드화의 틀을 단번에 깨뜨린다.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무심한 시선의 누드는 밋밋하기 때문이다. 그의 화폭 속 거친 질감의 몸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오래 봐야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누드화는 화려한 색채도 아름다운 육체도 아닌 담담한 수묵화에 가까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처럼 거추장스러운 허물을 벗어던진 태초의 모습 그 자체다. 굴곡진 몸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삶의 깊은 희로애락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은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듯 고요하고 담담하다.

● 몸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 누드는 벗은 것이 아니라 입지 않는 것
지난 주말 경주시 강동면에 있는 그의 화실에서 마주한 이도우 화가의 누드화를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에는 찬찬히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그림이자 작업과정이었다. 그는 물감을 한 겹 한 겹 겹쳐 살을 붙였다.
붓 대신 나이프로 물감을 두툼하게 겹쳐 올려 몸의 질감을 나타내며 명암은 먹으로 표현했다. 캔버스에는 칼끝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림의 질감은 묵직한 깊이감을 더했다. 그 대신 나신(裸身)의 배경이 되는 그림의 바탕은 모델의 일상적인 포즈에 맞게 간결한 색채로 완성됐다.
인체를 그리는 선은 골격이 약간만 틀려도 금방 티가 나고 그리는 작가의 실력이 단번에 드러난다고 한다. 화가들이 누드화를 어렵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드러운 붓이 아닌 날카로운 나이프로 캔버스에 물감을 촘촘히 덧올리는 이도우의 그림은 훨씬 더디고 진득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한 영화감독은 이런 이도우 작가의 누드화에 대해 돌을 쪼개고 두들기며 불상을 다듬어내는 조각가의 작업에 비유했다.
누드화는 모델을 구하기도 어렵고 그리기도 어려우며 판매 또한 쉽지 않다. 더구나 보수적인 경주에서 누드화가 제대로 대접받기란 여간 어려운 환경이 아니다. 지역적인 분위기는 접어두고라도 우리 화단에서 30년 가까이 평생 누드화를 고집하며 그린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길이다.
미국 사진학자 윌리엄A. 유잉이 “작가의 의도한 바와 보는 사람의 해석이 다른 것이 바로 몸”이라고 말했듯이 인간의 몸, 특히 여자의 벗은 몸은 여전히 무수한 선입견으로 왜곡돼 왔다.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에로티시즘의 대상이거나 그 자체로 금기시된 육체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져 온 것이다.

● 여인의 몸을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화가
이도우 화가가 누드라는 한 우물만 고집해온 데에는 ‘우리 몸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며 이 우주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사람’이라는 믿음에서다. 그 중에서도 여자의 몸은 생명의 본질이며 녹녹치 않은 삶 그 자체다. 이것이 그가 직업 모델을 쓰지 않고 평범한 이웃 여인네의 일상적인 포즈로 누드작업을 하는 까닭이다.
그는 30년이라는 세월동안 오로지 누드화만을 고집해 왔지만 한 번도 싫증내 본 적이 없다.
무궁무진한 인체의 변화, 오만가지 몸 표정을 그릴수록 한 인간의 삶, 인류의 역사를 담아내는 몸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었다. 그 속에서 화가 이도우는 다양한 구도와 색감으로 인간의 몸, 여체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매번 부딪히는 무수한 한계를 뛰어넘고 비워오는 과정을 거쳐 오면서 결국 ‘모노톤’이라는 단순한 색에 도달했어요. 이 흰색은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수많이 색이 들어간 ‘백색(白色, 백 가지)’입니다. 단순함의 두께 속에 비치는 삶의 무게를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거지요.”
아닌 게 아니라 60평 남짓 되는 그의 화실에는 떠나보내지 못한 그동안의 작품들이 겹겹이 겹쳐져 있다. 애지중지 키워온 막내딸을 시집보내지 못하는 친정아버지의 마음처럼 누드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주는 이가 아니면 세상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그의 뚝심 탓이다. 여기에다 최근에 그가 1000호 사이즈의 대작을 펼치는 바람에 개인 작업실 ‘여리ㅅ미’(경주시 강동면 천강로 소재) 화실이 점점 비좁아지고 있다.
이도우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경북창작미술협회, 한·일 현대미술 교류회원으로 활동해온 중견작가다.
그는 지역을 비롯해 국내·외 단체 및 초대전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96년 이후 매년 꾸준히 열어오던 개인전도 지난 해 9월(갤러리 구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8번째 전시 이후 올해는 코로나로 한국미술진흥원 특별기획전의 온라인 전시에만 참가했다.
대신 그는 대서사시 ‘아리랑 시리즈’에 도전하고 있다. 1000호 사이즈의 누드화를 나이프로 그리는 이 작업이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어려워 최소 회갑 무렵으로 잡고 있다는 그는 이 작품을 필생의 작업으로 삼았다.
그는 스물아홉 사고로 모든 꿈이 송두리째 잘려나간 절망의 바닥에서 남은 단 하나, 그림만 붙들고 매달렸던 그 첫 마음으로 몰입하고 있다.
‘이 캔버스만 다 그리면 죽겠다’며 죽기 살기로 그렸던 그때의 치열함으로 돌아와 온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는 ‘아리랑 시리즈’.
세상의 모든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한(限)의 정점인 아리랑이 그의 화폭에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하다.
김정희 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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