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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화백제도 정말 만장일치제였나?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1월 19일(화) 16:58
ⓒ 경북연합일보
쿠릴타이와 화백
 화백제도는 분명히 중국의 제도라기보다는 북방 유목민족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신라로 유입된 초기주민들 중에는 유목문화의 전통과 관련 있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몽골의 '쿠릴타이'제도와 비슷하다.
 쿠릴타이 제도는 어떤 제도인가. 그 제도는 일찍이 흉노 등 북방 유목민족들이 가지고 있던 정치문화다. 귀족회의인 쿠릴타이제도는 몽골 외에도 흉노, 선비, 거란, 여진 등 다른 중국 북방 민족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있었던 문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광활한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제국은 창업자인 칭기스칸을 비롯해, 최전성기를 누리던 쿠빌라이 칸 때까지 국가지도자를 쿠릴타이라는 귀족회의에서 선출했다. 물론 이후 군주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잠시 쿠릴타이 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됐지만 말이다.
 농경문화 지역에서는 쿠릴타이문화가 지속되기 힘들었다. 강력한 군주권이 형성되면 합의제 문화는 파기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목민족들 사이에 쿠릴타이가 지속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북방 유목민들은 기본적으로 어릴 때부터 말을 잘 탈뿐 아니라 들짐승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활쏘기를 배우며 자란다. 당연히 유사시에는 전사로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유목민족은 각 부족마다 독립적인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 관례다. 또한 부족은 씨족을 기반으로 한 몇 몇 혈연 집단들이 모인 공동체고, 각 부족은 가축을 따라 초원을 이동하는 생활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독립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문화구조에서는 왕이나 선우가 되려면 각 부족장들의 심임을 받아서 협조를 얻어야 했다. 쿠릴타이를 통해 선우로 추대가 돼도 쿠릴타이를 통해서 중대한 문제를 협상을 통해서 잘 해결해야만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지도자가 독재를 하려고 하면 유목민족들은 가축을 거느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에 초원의 패권을 지니고 유지하려면 뛰어난 협상능력이 필요했다. 화백제도는 바로 그런 북방 유목민족들의 공동체 운영방식에서 유래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쿠릴타이제도도 장점이 많았다. 몽골의 경우 쿠빌라이 칸 때까지를 보면, 세운 공이 많든, 아니면 정치력이 뛰어나든 각 씨족을 대표하는 귀족들의 지지가 없으면 칸 그러니까 왕이 될 수 없었다. 그와 같이 쿠리타이가 잘 작동하면 구성원 간에 소통과 배려, 견제와 감시가 잘 돼서 권력의 투명성이 확보됐다. 그럴 때 그 조직은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구성원이 합의해서 추대한 권력에 복종했으니까. 사실 인구도 적고 물자도 부족해서 늘 한족에게 열세일 수밖에 없던 북방 유목민이 오랫동안 중국을 위협할 수 있었던 것도 최고지도자를 능력에 따라 선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쿠릴타이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제도였다. 일종의 간접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었던 셈이다. 각 부족의 족장들은 그 부족이 신임을 얻은 지도자고, 현재로 말하면 각 지역의 대표하는 의원이고, 그들이 모여서 지도자, 그러니까 왕 혹은 총리를 뽑은 셈이니까 말이다.
 그런 장점이 있는 제도가 신라사회에서 행해졌다는 것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국론을 통일하는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알다시피 신라라는 나라는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였다. 그런 작은 나라가 삼국을 통일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정치적·문화적 요인이 있었겠지만 화백제도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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