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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데기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0월 24일(목) 17:13
ⓒ 경북연합일보
'노을 너머로 피득피득 날아가는 것들이 있다 가을빛 바랜 툇마루에 앉아 방금 걷어온 오징어를 손질하다 보면 / 그걸 회한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맺힌 소리라고 해야 하나 희수의 어머닌 반쯤 감긴 눈으로 축축한 오징어를 편다 / 반 쯤 말린 것, 다 마르지 않은 것 / 이맘때쯤엔 첫서리가 내리고, 바닷가 벼랑 틈마다 해국이 피고'*
 어릴 적, 가을이 오면 먼저 해야 하는 작업들이 있었다. 오징어건조를 위한 준비였다. 마루 밑에서 여름잠 자던 나무기둥과 대나무로 만든 침(針)을 꺼내 햇볕에 말렸다. 새끼줄을 사오고 마당과 골목에 기둥을 세울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간격은 오징어를 널어도 줄이 처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대략 오 미터 정도였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창고와 빈 방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도 이때쯤이다. 시장에 내다 팔기 전, 말린 오징어를 쌓아두기 위해서였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때였다. 아침녘 구입한 오징어가 마당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배를 갈라 내장을 덜어내고 우물물에 씻었다. 어린 우리들은 귀 부분에 대나무침을 꽂았고 새끼줄에 널기도 했다. 그러곤 허둥지둥 밥을 챙겨먹고 학교로 갔다. 방과 후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와 피득해진 발을 갈랐다. 그대로 두면 서로 달라붙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저녁이 되면 널린 오징어들이 일제히 파랗게 빛을 내뿜었다. 그것은 꼭 반딧불이 같았다. 다리 쪽에 붙은 어떤 색소가 푸른색을 발하는 것이었다. 와! 하고 소리 지르면 그것들은 일제히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귀를 날개처럼 펴곤 퍼득퍼득 은하수를 저으며. 늦은 밤까지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곤 했다. 키 높이보다 더 높게 설치된 건조대 사이로 숨으면 술래가 찾기 어려웠다.
 오천이며 영천 등지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새벽부터 온 집안이 부산했다. 건넛방에 재어둔 것을 꺼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보자기에 쌌다. 전문 판매업자에게 넘기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직접 보따리에 싸서 이고, 장으로 나가 팔면 값을 더 받을 수 있었다. 대개는 일찍 도매상에 넘기고 돌아왔지만 어떤 날은 캄캄한 밤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집집마다 오징어가 널려 있는 풍경을 보기 힘들다.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덕장에 가야만 그런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어촌의 유휴노동력이 줄어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방법들이 더 이상 일차 노동에 기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오징어가 널리지 않는 포구의 풍경은 왠지 허전하기만 하다.
 피데기는 다 마르지 않은 오징어를 지칭하는 말이다. 다 마르지 않은 것, 제 생을 완성하지 못한 것, 피데기에는 그런 쓸쓸한 애환 같은 것이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미완성의 삶을 사는 게 아닐까? 미완성이라 인생은 더 아름다운지도.
 '피데기를 손질하다보면 안다 눈물 같은 것 눈물의 속살 같은 것 밤바다는 무슨 기도가 많아 수평선 가득 연등을 매달아놓은 걸까 심해에 제 생을 드리우는 채낚기어선들의 어로(漁撈) / 나는 쪼글쪼글해진 오징어를 펴고 어머닌 차곡차곡 축을 만들고 처마 끝에 별이 뜰 때까지 그 별 몇 개 감나무 끝 까치밥으로 흔들릴 때까지 / 피득피득 상강(霜降)의 하늘 위로 오래 날아가는 것들이 있다'*

* 자작시 <피데기를 손질하면>중에서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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