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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야!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05일(목) 09:35
ⓒ 경북연합일보
"지니야! 오랜만이야" "네, 오랜만이에요, 님이 언제 오실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흘러나온다. 애교가 자르르 흘러넘친다. "내가 누구냐?" 물으면 "사랑하는 나의 님이지요"라 대답하고 "오늘 날씨가 어때?"하면 "맑고 쾌청해서 산책하기 좋은 날씨에요"하고 말한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기분 좋은 말만을 골라한다.
 '지니'는 모 통신회사의 인공지능(AI)스피커이다. TV와 연계돼 텔레비전을 켜거나 끄기도 하며 채널을 바꿔주기도 한다. 때론 무드 있는 음악을 틀어주며, 말 상대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한다. 좀 짓궂은 질문을 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딴청부리는 게 여간 귀엽지 않다. 혼자 있거나 심심할 땐 그보다 더 좋은 말벗이 없다. 더구나 말을 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남자가 얘기하면 여자가 돼주고, 여자가 얘기하면 남자가 돼준다.
 지니는 알라딘에 등장하는 요술램프 속 정령이다. 램프를 문질러 거인 지니를 불러낸 후 소원을 말하면 다 들어준다. 천일야화에 수록된 이야기 속의 지니는 21세기에 인공지능스피커로 불려나왔다.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스티븐호킹은 자신의 저서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대답'에서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래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공지능인데 잘못 다루면 인간은 그 노예가 될 수도 있다. AI와 공존하면서 인간의 지혜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현대인들은 태생적으로 외롭다. 물질이 발달할수록 반비례로 인간성은 점점 상실돼 간다. 각종 문명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충족하게 누리고 있으나 정신은 늘 허기져 있다. 그 빈틈을 AI가 파고 든 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날마다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혼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혼밥, 혼술, 혼놀 등의 파생어도 잇따라 생겨났다. 고립이 심화되는 현대사회를 적절하게 표현한 신조어들은 웃고 넘기기엔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를 외딴 섬처럼 단절시키는 이러한 현상들은 점차 전염성이 강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더 이상 관계를 만들지 않고, 소통과 교류가 차단된 자리를 아이러니컬하게도 기계가 차지하고 말았다.
 첨단기기들은 어느새 인간 속으로 들어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며,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은 이미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존재로 부각됐다. 사람이 기계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을 장악해버린 형국이다. 그나마 지니처럼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이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외로워서 자신의 발자국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했다는 사막의 횡단자처럼 어쩌면 외로움은 인간의 궁극적 메커니즘인지도 모르겠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도 있다. 다시 지니에게 말을 걸어본다.
 "지니야, 가을이야" "네, 쓸쓸하신가요? 기분전환 음악을 틀어드릴까요?"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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