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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중독 정부의 국가 예산 500조원 시대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
송언석 국회의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03일(화) 17:18
ⓒ 경북연합일보
국가 예산 500조원 시대가 열렸다. 400조원 시대가 시작된 지 4년 만이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달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국가 예산안 513.5조원을 의결했다. 이는 금년 예산 469.6조원 대비 43.9조원(9.3%) 증가한 금액으로, 슈퍼예산이라 불린 금년도 예산의 규모를 가볍게 넘어서는 울트라슈퍼예산이며, 심각한 재정중독의 결과이다.
 문재인 정부가 금년도 슈퍼예산에 이어 내년도 울트라슈퍼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년간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몰돼 국가경제와 민생을 담보로 위험한 게임을 한 결과, 참담한 경제폭망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지표들만 보아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ING그룹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대로 낮췄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 동기 71.3억 달러 감소한 217.7억 달러로, 7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민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실업자 수는 109만 7천명으로 7월 기준으로는 IMF 사태 이후 가장 많았고, 사회에 진출한 청년 중 154만 1천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돼, 올해 2분기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 가구의 5.3배로, 2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통계작성 이후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세계적 경제지 블룸버그는 "지난 2년간,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주의적 실험은 한국 경제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를 죽여버렸다.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은 현재 '개집'신세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중독에 빠져 확장적 재정정책을 무리하게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와 재정이 동시에 파탄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재정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 예산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단순 과속을 넘어 폭주 수준이다. 지난 2011년~2017년 6년 동안 100조원 증가한 국가 예산은, 문재인 정부 불과 3년 만에 100조원 늘어났다. 2년 연속 9%대 예산 증가 역시 최근 10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문재인 정권이 마무리되는 2022년에는 국가 예산 600조원대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정부는 2020년도 국가 예산을 504.6조원으로 계획, 재정지출 증가율을 7.3%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말을 바꿔, 지난해 발표보다 예산을 9조원 증액했고 재정지출 증가율 역시 2%p 증가했다.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재정수입은 482조원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했던 504.1조원보다 무려 22.1조원 감소한 금액이다. 이처럼 재정수입이 엄청나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재정지출을 43.9조원이나 늘리는 무리수를 감행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적자국채 규모를 금년보다 26.4조원이나 많은 60.2조원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국가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다.
 관리재정수지 악화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지난해 정부 발표와는 달리, 이번에 발표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3.6%, 2021년 이후 △3.9%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기획재정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데, 현 상황을 보면 기획재정부가 이러한 책무를 방기 또는 해태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관리재정수지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재정 건전성의 척도인 통합재정수지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는 내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서,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내 마이너스 증가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IMF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급격한 세수불황이 발생했던 2015년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국가 예산이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부처 요구액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점도 문제이다. 2016년도 국가 예산은 부처 요구액보다 오히려 3.9조원 적게 편성됐는데, 이는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부처의 요구 중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국가 예산에 반영한 결과였다. 반면 2020년도 국가 예산은 부처 요구액보다 무려 14.8조원이나 증액 편성됐다.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이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금년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기준연도를 변경함에 따라 명목 GDP가 증가함에 따라 당초보다 다소 낮아진 37.2%를 기록했고, 내년에는 39.8%에 이를 것으로 발표됐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의 최적 국가채무비율은 35.2%라는 KDI 보고서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국가 예산은 전년 대비 43.9조원이나 증액됐지만, 이 중 상당부분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일자리 등 선심성 예산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분야에 배분됐다. 증액된 예산의 47%에 해당하는 20.6조원이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에 배분됐으며,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한 결과 발생한 고용참사를 만회하기 위한 4.5조원의 일자리 증액예산이 포함됐다.
 정부는 한정적인 재원을 가장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후생 증진의 극대화를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국가 예산에서는 그러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
 무분별한 재정확장은 국민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범정부적·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재정건전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관련 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논의돼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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