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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소환하고 싶은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01일(일) 16:31
ⓒ 경북연합일보
최근 한 일관계로 악화되고 반일정서가 확산돼 거리마다 반일 현수막이 내다 걸리고 있다. 두 나라와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감정적, 정서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더군다나 광복절을 맞이한 8월 미묘한 시기에 갑자기 소환하고 싶은 인물들이 있다. 윤동주나 안중근처럼 익숙한 이름들이 아닌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이다
 솔직히 말해서 박열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2017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통해 비로소 우리들에게 다가온 사람이다. 영화는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사실을 바탕으로 아나키스트이자 한 인간으로의 삶을 다뤘는데 가슴 찡한 여운이 여태 남아 있다. TV에서도 여러 번 방영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경북 문경 출신으로 3·1운동을 계기로 경기고보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태극기를 만들고 만세운동에 앞장선다. 국내활동에 한계를 느낀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아나키즘에 심취한다. 그곳에서 가네코 후미코를 만났는데, 조선청년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개새끼'라는 시가 결정적 계기는 됐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불령사'라는 아나키즘 단체를 만들고 그녀와의 동거생활을 시작하는데 어쩌면 무정부주의자로 사상적으로 동거로 봄이 더 의미가 깊다 할 것이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민심이반의 돌파구로 찾던 일본은 그 희생양이 필요했다. 한국인에 대한 무자비한 대학살 자행됐으며 일본은 박열을 그 대상으로 삼고서는 일왕 폭살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재판중에 '내 육체는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내 정신을 어쩔텐가'하고 재판장에게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 후지 다쓰리의 도움으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비록 서류상이지만 옥중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조선의 바지저고리를 입고 재판해달라고 했다. 재판장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수감자들이 기보다는 휴양지에서 망중한 중에 찍은 사진처럼 여유와 기개가 엿보였다. 가네다 후미코는 복역중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사면장을 찢어버리기도 했고 같은 일본인임에 회유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으며 박열과 함께 죽여 달라고 했다. 1926년 자살이라는 석연찮고 의심스런 옥사로 꽃다운 23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박열은 22년 2개월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1945년 10월에 석방된다. 석방되는 날 수 만명의 환영인파가 그를 맞이했으며 곧바로 조청련과 맞선 우익 민단에 가담했다. 1949년 해방된 조국으로 귀국했으나 6·25 전쟁중 납북됐다. 1974년 북한혁명역사들에 묻힌 것으로 보면 북한정권에서도 나름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에서는 조국통일상 받았고 남한에서도 1989년 건국훈장을 받은 남과 북에서 동시에 훈장을 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다. 가네코 후미코도 옥사한지 92년만인 2018년 건국훈장이 추서돼 마침내 부부가 함께 독립유공자로 됐다.
 박열의 고향 문경 마성면에 가면 박열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기념관 뒤에는 부인이자 아니키스트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의 묘소가 있다. 진작 박열의 묘는 고향이 아닌 북한에 있어 아이러니하게 조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씁쓸하다. 오미자 익어가는 계절이 다가오면 문경으로 가서 그들의 삶을 한번 반추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열보다는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란 인물에 관심이 더 많이 간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린 불후한 환경네서 무적자 신분이 됐다. 할머니를 따라 9살에 한국으로 와서 충북 청원 부강면에서 어린시절 보냈다. 여기서 그녀는 3·1만세운동을 지켜보며 조선의 입장에 공감을 갖게 됐다. 일본으로 건너가서 신문배달과 비누장사, 오뎅집 점원을 하며 사회주의 서적을 탐독하며 아나키스트가 됐고 박열을 만나 사상적 동반자로서 함께했다. 그녀는 박열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민족주의자인가? 당신은 독립운동가인가? 그렇다면 유감스럽지만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쩌면 박열보다 더 철저한 아나키스트였는지 모른다.
 두 사람의 영혼은 이미 같은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서로는 서로에게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다. 후미코는 박열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불온한 세상을 꿈꿨던 아나키스트로서, 영혼의 동반자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땡볕일수록 유난히 무궁화는 꽃 색깔이 짙어 보인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정신이 나태하고 혼미할 때 만나고 싶은 두 사람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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