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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유감(有感)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1일(목) 18:46
ⓒ 경북연합일보
그건 일종의 습격이었다. 평안하던 일상이 속절없이 유린당했다. 사람들은 늑대를 만난 양의 무리처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SNS 등을 통하여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유포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언비어는 진실의 옷을 덧입었다. 거리는 텅 비워졌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으며, 도시는 황폐화되어 갔다. 흉흉함과 무기력과 더위와 분노들이 사방팔방 전염되어졌다.
 사람들은 타인을 믿지 않았고 스스로 고립되어 갔다. 서로를 의심했으며 증오했고 배척했다. 우리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죄도 없이 낙타가 단두대에 올랐으며, 이름도 모르는 박쥐가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사태를 바라보는 극히 편협한 시각에 불과할 뿐이었다. 의료의 영역을 떠난 세기의 전염병은 그 전파력만큼 급속도로 희화화되고 사회화되고 정치화되었다.
 까뮈는 <페스트>를 통해 인간과, 페스트로 상징된 부조리와의 대결을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인 의사 리외는 페스트라는 부조리를 회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싸워 이겨 마침내 승리한다는 줄거리이다. '이 도시가 여러분과 재앙을 한 울타리로 둘러싸 버린 그 날 이래로 여러분 또한 일종의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존재와 사물을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본질적인 것을 찾아야한다는 것을'
 병을 이기는 방법은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낙타와 박쥐는 본질이 아니었다. 일종의 속죄양일 뿐이었다. 그건 인간의 잘못 때문이었다. 신의 섭리를 배반하고 동물과 사람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무분별한 개발이 그 원인인지도 모른다. 문명화되고 현대화되면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인류에게 신이 주는 경고일 수도 있다. "인간의 오만과 교만, 욕심이 만들어낸 부조리" 이것이 메르스의 올바른 정의가 아닐까.
 일전에 상영된 영화 <괴물>은 한강 둔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이 사람들을 해친다는 줄거리이다. 사람들이 한강에 버린 포르말린에서 탄생하게 된 흉측한 동물은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자화상이다. 인간이 파괴한 환경이 제어 불가능의 존재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부메랑처럼 다시 사람을 공격한다는 경종의 메시지였다. 메르스는 21세기의 문명이 만들어낸 욕망의 산물이다.
 메르스는 한국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정보의 불통, 안이한 대응, 후진적인 의료체계, 환자들의 병원문화 등의 개선이 남은 숙제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환경파괴일 것이다. <인간쇼크>의 저자인 앨런 와이즈먼은 세계 인구의 과잉으로 자연환경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자연이 없다면 인류의 사회, 문화, 경제 등도 존재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내부 속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지요'라고 소설 속에서 타루가 말한 것처럼 메르스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부조리한 본성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필요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메르스 퇴치법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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